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디오 본사에서 김진철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서지컬 가이드'로 정확한 임플란트 식립이 가능하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15년간 자동포장기계 생산서
- 미래 시장·고령화 시대 고려
- 과감한 업종 전환 통해 고성장

- 6년간 연구 끝에 기술개발 성공
- 시술 시간 130분→5분 단축 등
- 아날로그 방식보다 환자 만족↑

- 본사 직원 대다수가 회사 주주
- 당장 대기업보다 연봉 적어도
- 성과 좋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

자동포장기계를 생산하던 기업이 업종 전환 13년 만에 세계 임플란트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위치한 '(주)디오'가 주인공이다.

1983년 자동포장기계 생산 회사 '동서기계'를 설립한 디오 김진철(63) 대표이사는 2002년 돌연 임플란트라는 신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김 대표이사는 "사업을 하는 15년 동안 경쟁회사를 모두 제치고 국내 시장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그래봐야 국내 시장 전체 매출규모가 100억 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가전제품 업체 등 고객사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함에 따라 점점 물량이 줄었다. 회사의 10년 후를 내다봤을 때 업종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임플란트라는 기존 업종과 동 떨어진 분야를 택했냐는 질문에 김 대표이사는 "국내 임플란트의 발원지가 부산이다. 가장 처음 국산화 제품을 생산한 기업도 부산기업이었다. 임플란트 업계 사람들과 잘 알고 지내다 보니 가능성을 보기도 했고 권유도 많이 받았다"며 "헬스케어산업은 고부가가치인 데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점점 시장이 커지고 있어 과감히 선택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이미 40년 이상 업력의 기업이 존재하는 임플란트계에서 디오는 그동안 후발주자였다. 후발주자가 앞선 경쟁자를 추월하기 위해 디오는 그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바로 '디지털'이었다.

디오는 6년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지난해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심포지엄을 통해 '디오나비(DIOnavi)'라는 신기술을 발표했다. 디오나비 시스템은 CT 데이터와 3D 구강 스캔 데이터의 병합을 통해 얻어진 정밀한 디지털 데이터를 기초로 수술 계획부터 인공 치아 등 보철물의 장착까지 전 과정을 토탈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3D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모의시술 프로그램, 잇몸을 절개하지 않고 작은 홈만으로도 임플란트를 심는 무절개 시술법 등 디오만의 기술력이 더해져 최적의 솔루션이 탄생했다.

디오나비는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해 ▷실패율은 3%에서 1% ▷시술시간은 2개 기준 130분에서 15분 ▷환자 내원 횟수는 최소 7회에서 3회로 크게 개선됐다. 무절개에 따른 무통증 무주수(치과 치료 중 입안에 물을 뿌리는 것) 무소음도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아날로그로 아날로그를 이기려면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40년 이상된 유럽 회사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기반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하면서 한두 세대는 뛰어넘을 수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은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의사들의 숙련기간이 대폭 줄었을 뿐만 아니라 무통증으로 인해 환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디오나비 기술은 올해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주요인이 되기도 했다. 디오는 2013년 한 차례 낙방 후 올해 전사적인 준비를 통해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 대표이사는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면 정부 20개 기관이 R&D에서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해준다. 디오가 나아가는 방향과 정부 취지가 딱 맞아 떨어져 신청했다"며 "월드클래스 300을 계기로 5년 후인 2020년까지 매출 2000억 원, 영업이익률 3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오는 해외 법인이 진출한 캐나다 미국 일본 등 10개국에 디오나비 시범센터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은 디오나비 시스템을 배우러 해외의 치과계 종사자들이 부산 본사를 방문하고 있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앞으로 각국 시범센터에서 시스템 공급과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R&D를 통한 신기술 개발이 어느 산업보다 중요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고급 인재 확보는 경쟁력의 밑천이다. 지역기업으로서 인재 유치에 어려움은 없을까.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서울이 아닌 부산에 위치해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이라도 인재들이 자진해서 입사하려는 분위기가 되려면 회사가 먼저 준비를 해야 한다"며 "회사와 동업자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주식을 대폭 나눠줄 생각이다. 올초 벌써 직원 대다수가 주주가 됐지만 2차로 우리사주조합 같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당장 연봉은 대기업보다 적지만 5년, 10년 후에 주식가치가 크게 뛴다고 생각하면 일할 맛이 나지 않겠나"고 웃었다.

(주)디오 기업 개요 창립 1983년(옛 동서기계) 기업공개 2000년 코스닥 매출액 2014년 606억 원 직원 수 295명 업종 치과용 임플란트, 디오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