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분별한 치어 혼획 조업 방지

- 신선도 활용한 가공법 발굴

- 고등어거리 조성해 상시 판촉

- 육성전략사업단 구축 시급

'위기의 시어(市魚)를 구해라'. 올해 부산지역 수산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국내 수산물 시장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소비가 위축된 데다 젊은층의 입맛을 잡는 데 실패해 냉동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국내산 참고등어가 켜켜이 쌓이고 있다. 여기에 선망어업의 생산성 부진까지 거듭되는 상황.

국내 시장에 균열이 생기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노르웨이를 비롯한 해외 대서양고등어가 새로운 맛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산 고등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고등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안은 있다. 산·학·연을 연계한 탄탄한 가공 시스템과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할 자원 관리, 또 이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프라 구축이 산지 참고등어 시장을 살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안 특수성 고려한 성어 조업

대어 위주의 유럽 청정해역 고등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위판 고등어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7일 국립수산과학원의 국내 연안 고등어 체장(몸길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잡힌 고등어의 평균 체장은 각각 29, 30.1, 30.1, 30.4㎝였다. 올해 1~4월에도 30㎝ 이하의 치어가 잡혔으며, 지난 2월에는 고기가 산란할 생물학적 최소 체장인 28㎝ 미만의 고기가 잡히는 등 자원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수과원 서영일 박사는 "어차피 중국이 잡는데, 우리도 잡자는 의식이 국내 어선에 팽배하다"며 "35㎝ 미만의 씨알이 작은 고등어가 주 어종이 되는 상황에서 노르웨이 등 선진 어업과 경쟁할 국내 어업의 장래가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등어의 체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치어 혼획을 막기 어렵다'는 선망업계 반발에 부딪혀 시행이 쉽지 않다. 결국, 국책연구기관이 국내 연안의 특성을 반영한 소형 어구를 개발하고, 업계는 이를 활용하는 등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선망 관계자는 "치어를 잡아봤자 쿼터(12만2000t)만 소진할 뿐 수익이 없다"며 "큰 고기가 부족한 연근해 상황을 고려한 어획 제한법을 찾아야 업계도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어 강점 살린 가공 다변화

달라진 입맛을 겨냥한 고등어의 고차 가공도 시급하다. 국내 고등어 제품 상당수가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르웨이 고등어 제품이 산지 급랭 시스템을 통해 수분의 함량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젊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만큼 이에 대응할 가공법 마련이 필요하다. 대형선망수협 정광석 지도상무는 "국내 고등어의 강점은 산지에서 바로 잡힌 선어"라며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를 맞아 신선도를 강조한 조리법을 활용한 가공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암남동 수산가공선진화단지 내 신라대 산학협력단의 수산물종합연구센터가 개발한 초절임 고등어는 젊은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면서 원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개발을 이끈 신라대 손재학(바이오산업학부) 교수는 "보통 고등어 초절임은 원물이 싱싱하지 않을 때 식초를 많이 써 가공한다"며 "신맛이 젊은 소비자의 구매를 꺼리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팀은 정종과 다시마 추출액을 사용, 식초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유통기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음 달 초 동경수산식품 박람회에 제품을 출시하면 무난히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손 교수는 "높은 인건비로 단순 가공한 수산물로는 해외 수산물과 경쟁이 안 된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고령친화제품과 함께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젊은층을 겨냥한 즉석식품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산·학·연 탄탄한 결속 시급

수산가공선진화 단지 사례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공·유통업체와 대학 및 국책연구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2012년 국립수산과학원 전통식품연구팀에서 국내 수산물 가공업체의 의뢰를 받아 비린내가 나지 않는 고등어 고로케(크로켓)를 만들어 일선 초등학교에서 시식회를 하는 등 고등어 가공품 개발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개발 의뢰 업체가 자금 사정 악화로 부도가 나면서 해당 사업은 중단됐다. 수과원 식품안전과 장미순 박사는 "연구 기관이 나서서 개발 기술을 실용화해 판로를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연구 성과를 전수받을 우량기업을 선정·지원할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현재 부산시는 해양수산부와 '부산고등어육성전략식품사업단'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국비 30억 원을 포함한 총 60억 원의 예산으로 수산가공업체가 몰린 부산 서구에 기반을 둔 고등어 생산·제조·유통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공동브랜드 개발 등 성과를 내는 '부산어묵전략식품사업단'처럼 지역 가공업체의 자발적인 투자와 노력을 끌어내자는 취지다. 시 김영대 수산유통가공과장은 "고등어는 부산에서 97%나 위판돼 전국으로 유통되는 국민생선이지만, 유통 물류 가공의 통합 연계가 미흡해 부가가치가 낮다"며 "사업단이 꾸려지면 고등어 가공 유통과 제품 개발, 마케팅 등에 체계적인 인적·물적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서구가 추진하는 부산공동어시장 일원 '고등어 거리' 조성도 숙원 사업 중 하나다. 매년 10월 구청과 대형선망수협이 공동으로 고등어 축제를 진행하지만, 구이 중심의 먹거리 제공과 천편일률적인 행사로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 따른 복안이다. 구 관계자는 "사업비 20억 원을 시에 요구했지만,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다"며 "일본 시모노세키의 복어 거리처럼 고등어가 지역의 특산물이 되면 판촉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마리의 영양분 추출, 커피처럼 스틱에 담아

■ 환 만들어 中 시장 공략, 고등어와 친구들 백만권 씨

"먹어보니 구수하고 땅콩 같기도 하고…." 수산물 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고등어로 환을 개발해 중국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업체가 있다. 백만권(사진) 씨가 이끄는 '고등어와 친구들'이 바로 그 주인공. 백 씨는 수산물 가공업계에서 '고등어에 미친 남자'로 통한다. 

이미 국내산 고등어와 한약재를 섞은 건강 기능성 진액을 개발해 시판했으며, 수질이 자동으로 정화되는 고등어 전용수족관을 개발해 제품을 활고등어와 함께 일본 회전 초밥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고등어 한 마리의 영양성분을 추출해 커피믹스 스틱보다 작은 환 한 봉지에 담아냈다. 최근 국제·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제품 전시회도 열었다.

이를 위해 대형선망수협이 재료 공급자로서 백 씨와 협약을 맺고 제품 포장에 '대형선망수협' 마크를 표시하기로 했다. 선망수협이 수산 가공품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제품은 수협중앙회 무역사무소를 통해 중국 상하이 칭다오 등 중앙회 유통망에 공급될 예정이다. 

백 씨는 "혈압 저하와 변비 해결 등에 효과가 있다"며 "고급 수산물 소비가 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백 씨는 고등어 영양 성분을 캡슐과 숙취 음료로 만드는 작업을 정부 연구 개발 과제로 진행하는 한편 고등어 성분 주사약을 통해 제약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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