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금정구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고객이 노르웨이 고등어를 살펴보고 있다. 강덕철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젊은층 중심 소비자 공략 주효

- 대형마트 매출 10%로 증가세
- 비린내 적어 아이들 입맛 잡아
- 손질 필요없는 냉동 순살 인기

# 장소·대상 불문 공격적 마케팅

- 초중학교 급식재료 무료 제공
- 거부감 줄여…선호도 36% 증가
- 홈페이지 요리법 536가지 공개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국내 시장 공략이 거세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수산물 유통업자부터 학교, 식당,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장소와 대상을 불문하고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어 국내 수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NSC는 노르웨이 수산업계 지원 조직이다. 이에 젊은층의 소비가 많은 일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소비자 입맛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기존 선어 형태로 팔려 담백한 맛이 특징인 국내산 고등어 대신 기름기가 많아 촉촉한 노르웨이산 냉동 제품이 손질이 필요 없는 필렛(순살)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과 맛으로 국내 소비자 공략

"노르웨이 고등어,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게 국내산과 다른 매력이 있네요."

5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대형마트 식품 판매장. 이날 생선을 사러 온 주부 백모(43) 씨는 국내 수산물 코너에서 물건을 살피다 이내 수입 수산물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백 씨가 고른 제품은 진공상태로 포장된 350g짜리 노르웨이산 해동 고등어로, 마리당 18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그는 "아까 보니 200g짜리 국내산 생고등어가 마리당 2400원이었다"며 "싼 맛에 노르웨이산을 처음 구매했는데, 기름기가 많고 비린내도 적어 아이들이 작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250g짜리 노르웨이산 제품을 구매한 박모(여·28) 씨도 "보통 생선은 손질하기가 쉽지 않아 구매가 꺼려진다"며 "내장 뼈 머리가 제거된 채 진공으로 포장돼 있어 요리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 반응은 이 업체의 전국 매장 고등어 매출 비중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내산은 2013년 91.3%, 지난해 90.6%, 올해 들어 현재 86.4%로 점유율이 감소세를 보인다. 반면 노르웨이·스코틀랜드 수입산 점유율은 2013년 8.7%에서 지난해 9.4%, 올해 들어 13.6%로 증가세다. 이 업체 설모 바이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근해 고등어에 대한 소비가 감소했다. 반대급부로 유럽 청정지역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2013년부터 이례적인 점유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잡아라' 급식 홍보 주력

변화의 바람은 일선 학교에도 불고 있다. NSC는 현재 '스쿨 런치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캠페인은 국내 초중학교 급식 재료로 고등어를 무료로 제공해 다양한 고등어 요리를 학생과 영양사가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는 놀이교육을 병행해 평소 잘 먹지 않는 수산물에 대한 어린이의 거부감을 줄이고 있다. 행사 이후 고등어 선호를 조사했더니 한 학교에서는 선호도가 행사 전보다 36% 증가하는 성과가 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1일 NSC가 부산에서 개최한 고등어 세미나를 통해 소개됐다. 당시 국내 학교에서 찍은 스쿨 런치 캠페인 영상이 시연됐다. 영상 속 노르웨이 고등어를 먹은 학생과 주부들은 '가시가 없어서 좋았다. 비린내가 안 나고 부드럽다. 다른 고등어와 달리 촉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상을 본 세미나 참가자들은 "수산물 소비 진작 영상처럼 보이지만, 노르웨이 고등어를 알리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며 "행사 자체가 명목상 세미나지만, 사실상 노르웨이 고등어의 우수성을 알리는 마케팅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촉은 학교(School), 상징(Symbol), 대형마트와 식당을 포함한 점포(Store)로 대변되는 3S 전략의 하나다. 학교 급식 외에도 NSC는 지난해 11월부터 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간판 설치, 시식회, 가격할인 판촉행사를 벌여 지난 3월 해당 업체의 매출이 350%나 늘었다.

■다양한 레시피 개발

NSC 마케팅의 기반에는 '노르게(NORGE)' 로고가 있다. 노르게는 노르웨이 수산물 원산지 인증마크로, NSC가 노르웨이 수산물 수입업체에 이 로고가 포함된 제품 포장이나 홍보물 디자인을 제공한다. 또 '노르웨이 수산물 인증 레스토랑 등록제'를 시행해 식당에 노르게 로고 아크릴 현판을 제공하고, 이들 업체 정보를 NSC 홈페이지에 올린다. 대형선망 관계자는 "해섭(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 인증처럼 공식화된 품질을 기반으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고등어 열풍에는 다양한 레시피도 한몫한다. NSC가 국내 홈페이지(www.norge.co.kr)를 통해 공개한 요리법은 42가지이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norgeseafood)에 올려둔 요리법은 자그마치 536가지에 달한다. 반면 국내산 고등어의 93%를 어획해 유통하는 대형선망수협 홈페이지(www.sunmang-suhyup.co.kr)에는 9가지 요리법이 소개돼 있다. 이에 대형선망수협은 대응방안을 고심하던 중 최근 고등어 요리법 공모전을 시작했다.

고등어 수입업체 코리아펠라직 측은 "가격 등의 면에서 국산과 노르웨이 산은 차이가 있다"면서도 "서구식 입맛에 길든 소비자가 늘수록 기름기 많은 노르웨이산에 국산 고등어가 시장을 내줄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노르웨이의 빅데이터 전략

- "지방 함량 30%, 순살 비율 56%"

노르웨이 고등어 경쟁력의 배경에는 수치화된 통계, 즉 빅데이터가 있다. 어획 시기별 지방 함량부터 원물 해체 비율까지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에 따르면 9~10월 노르웨이 연안에서 잡힌 고등어의 지방 함량은 전체 영양성분의 30%에 이른다. 이 시기에 노르웨이 고등어 조업의 90% 이상이 몰린다. 고기의 근육 사이에 지방 마블링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1년 중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이는 노르웨이국립영양수산물연구소(NIFES) 등이 조업 시기별 어획물의 영양 정보를 생산자 단체와 공유한 결과다. 이 밖에 NIFES는 글리코겐 오메가-3 비타민 등 다양한 고등어 연구 결과를 대중에 공개한다. NSC 헨릭 앤더슨 이사는 "자연적인 천혜의 조건과 과거의 경험,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구 자료가 마케팅에 반영돼 노르웨이 고등어 경쟁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도 고등어 조업 시기별 성분을 분석하지만, 해당 정보가 대형선망업계의 조업에 활용된 적은 없다. 생산 현장과 국책연구기관 간 정보 공유가 안 되다 보니 성어와 지방 함량이 적은 시기에도 마구잡이식 조업이 이루어져 수산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심지어 노르웨이 고등어 판촉에는 원물에서 뼈 내장 머리 등을 제거한 뒤 남는 순살 비율(가식률)도 활용된다. 국내 고등어 수입업체인 코리아펠라직이 인도네시아에서 가공해 들여오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필렛 제품의 가식률은 56%. 부산시 수산유통가공과 관계자는 "노르웨이 판촉 제품 겉포장에는 가식률까지 인쇄돼 있다"며 "소비자의 생선 손질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