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부진에 지역부품업체 긴장
- 주가 폭락 57개월만에 최저치

현대·기아차가 엔저·유로화 약세와 수입차 공세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주가를 포함한 주요 증시지표는 연일 하락세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 실적도 뚝 떨어졌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들의 경영실적이 동남권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적 부진에 따른 지역경제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의 주가(13만8500원)는 전 거래일보다 10.36% 내려가며 2010년 8월 27일 이후 5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0% 넘게 떨어진 것도 2011년 8월 19일(-10.98%) 이후 처음이다.

이날 주가 역시 전날보다 3000원(2.17%) 하락한 13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29조8474억 원으로 전날(30조5082억 원)보다 2.2% 내려가며 간신히 3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중에는 전날 시총 대비 1조2000억 원 넘게 감소하며 SK하이닉스와 한국전력에 밀려 4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는 엔저(엔화가치 하락) 심화와 판매량 부진, 수입차 공세 등 현대차를 둘러싼 악재가 외국인의 순매도 증가로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전날 외국인은 1486억 원어치의 현대차 주식을 팔아치웠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의 현대차 판매량은 6만361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3% 급감했다. 내수 판매량 역시 지난해 5월보다 8.2% 줄었다.

특히 현대차가 주력 차종으로 꼽는 싼타페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 4월보다 26.3%나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미국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 4월 8.3%에서 지난달 7.7%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8.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고전이 계속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신발끈을 조여 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 역시 "지금의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저를 포함한 대외 악재와 수입차 공세 등 전반적인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부터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결제 비중을 높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재고 누적을 막는 방안에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아울러 신형 K5와 아반떼 등 볼륨 모델 출시를 실적 반등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