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설계비 정부 지원 확정 불구
- 조합, 인력부족 실무진 구성 소극
- 어시장, 5개 수협 독단 우려·반대
- 자부담 사업비 분담 방식도 이견

올해 정부의 실시설계비 31억 원 지원이 확정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진행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시설계 전 협의체 구성을 두고 부산시와 어시장, 비생산자단체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다 어시장 출자 조합 간 사업비 조달 방식을 놓고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설계 용역 앞두고 협의체 구성 논란

"현대화 사업 전반에 걸친 행정 업무를 공동처리할 실무진이 안 보입니다." 어시장 현대화 실시설계 용역을 앞두고 업무추진단의 구성이 시급하다는 부산시 관계자의 푸념이다. 21일 그는 "어시장과 출자 5개 수협 파견을 통한 실무단 구성이 시급하다"며 "유류 탱크를 뜯어냈을 때 법적 처리 등 추진단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조직된 현대화 전담반이 유명무실해진 데다 5개 수협의 이견 조율 없이 집행부인 어시장이 단독 실무진이 되기도 쉽지 않다.

시가 추진단 구성을 요청했지만 각 조합은 "업무가 바빠 직원 빼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황. 여기에 어시장 측은 향후 비생산자단체와 전문가를 포괄하는 협의체(현대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 된다며 추진단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어시장 이주학 사장은 "업무추진단이 자칫 현대화 사업이 5개 수협의 독단으로 흐를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화 추진위 구성 시기를 두고도 어시장 생산자, 비생산자 단체 간 견해차가 있다. 중매인 등 비생산자 측은 "11월 실시설계 용역을 앞두고 지금 당장 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진위는 비생산자 단체와 각계 전문가 의견을 설계 과정에 담는다는 점에서 기존 5개 수협의 이견을 조율하는 어시장 운영위원회(조합장 모임)와 차별성을 띤다.

하지만 운영위원 간 이견 조율이 안 된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경남정치망수협 황삼도 조합장(운영위원장)은 "5개 수협 갈등에 중매인, 노조 등 비생산자 요구까지 더해져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도매인협동조합 이종석 이사장은 "용역에 들어갈 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추진위 구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5개 조합 자부담금 마련 방식 이견

정부 현대화 지원자금(1207억 원)에 어시장 청산자금(895억 원)이 편성되지 않아 각 조합이 떠안게 된 사업비 10%(172억 원)의 부담 방식을 두고도 마찰이 예상된다. 각 조합이 34억 원씩 출자금 형태로 분담하자는 의견과 현 남부민동 어시장 부지(감정가 900억 원)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충당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에 사업 기반을 둬 부산공동어시장 내 위판이 적은 일부 조합의 경우 수십억 원을 쏟아붓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서 5개 조합은 운영위원회를 열고 현금 출자 대신 토지 담보 대출을 통한 사업비 융통을 사전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대형선망수협 등 어시장 위판이 많은 일부 조합은 출자금 형식의 지분 부담을 주장하고 있다. 애초 이들 조합은 현대화사업에 국가 지원 FPC(생산 가공 유통 전처리 시설) 사업과 연계한 법인체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임준택 선망 조합장은 "일부 조합이 투자(출자) 없이 자리만 확보해 이익을 챙기려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정치망 측은 "운영위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므로 속단은 어렵다. 이사회 논의를 거쳐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