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부산 중구 신창동 뉴부산타운 건물 앞에서 열린 '라쿤 프리마켓'을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라쿤 프리마켓은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일요일 열리며, 의류 액세서리 향초 등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황윤정 기자

- 입소문 나 수천 명 찾는 명소로
- 전국 소상공인 참여 신청 봇물
- 틈새상권 개척·활성화 효과도

부산 중구 신창동 뉴부산타운 건물 앞. 광복로 중심 거리에서 다소 비켜난 광복중앙로는 '남포동 속 삼청동'이란 말처럼 소규모 편집숍과 카페를 찾는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청년 상인들이 형성한 프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은 광복로에 한층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9~10일 열린 '라쿤(RAKUN) 프리마켓'은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일요일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뉴부산타운 건물 앞 공터(495㎡)에서 열리는 이 프리마켓에는 의류 향초 더치커피 등 생활소품과 먹거리가 주로 거래된다. 참여업체만 50개가 넘고 주말 하루 평균 5000명가량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라쿤 프리마켓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의 소상공인들을 모으고 있다. 수원 대구 울산 등의 소형 업체들이 부산의 대형 상권인 광복로에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참여 업체들은 늘어난 매출을 체감하고 있다.

부산 서면에 본점을 두고 있는 한 드라이플라워 업체는 "이틀 동안 약 2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평균 100만~150만 원의 매출을 거두며 본 매장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회당 70~80개 업체의 참가 신청이 몰린다. 대부분이 20, 30대 청년 상인들이다.

라쿤 프리마켓은 지역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동아대학교 창업동아리 '라움쿤스트(RAUM KUNST)'가 학교 지원금 400만 원을 토대로 개발한 팝업스토어 플랫폼 서비스다. 자영업자들에게 판매 공간을 제공하고 사용료만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프리마켓이 성공을 거두자 지난 3월 아예 별도의 플랫폼 서비스 회사 '라쿤'을 세웠다. 라쿤 대표 홍연택(28·동아대 독어독문학과 4년) 씨는 "대학생들은 창업 과정과 실무를 배우고, 지역 소상공인들은 소비자와 만날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부산청년창업지원센터 5기 출신으로, 창업한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프리마켓의 규모를 키웠다.

라쿤 프리마켓은 '공유경제' 개념을 경영에 적극 도입했다. 지역 상권 내 유휴 공간을 소상공인들의 판매처로 활용하자는 시도였다. 홍 대표는 "광복로 일대를 둘러보다 뉴부산타운 앞 빈 공간을 보고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주와 협의해 소액의 전기료 정도만 지급하고 격주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열리는 날은 레스토랑 등이 입점해있는 뉴부산타운도 덩달아 방문객이 느는 모습이었다. 공유경제를 통해 청년 상인은 창업 기회와 판로 확대의 기회를 얻고, 지역 상권은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는 "여름에는 공연을 여는 등 '팝업 컬처'로 점점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며 "프리마켓 활성화로 지역 창업도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