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의 30만t급 원유부두. 칭다오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15년 만에 컨테이너 처리 세계 30위권 항만에서 7위의 고부가가치 종합항만으로 급성장해 부산항을 위협하고 있다. 칭다오항그룹 제공

- 15년전 30위권서 괄목할 성장
- 운영사 4개 불과 하역료 80弗
- 최고의 생산성·부가가치 제고
- 컨 92% 비중 부산과 차별화
- 하역료 깎아주며 노골적 견제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을 비비고 상대방을 본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칭다오항(靑島)이 그렇다. 칭다오항은 지난해 컨테이너 1662만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한 대분)를 처리해 세계 7위를 기록하며 세계 6위의 부산항(1868만TEU)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칭다오항은 세계 30위권의 주목을 받지 못한 항만이었다. 부산항은 10년 전부터 줄곧 세계 5위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중국 닝보-저우산항(1945만TEU)에 밀려 6위로 주저앉았다. 부산항만공사는 중국 산둥성 최대 항만인 칭다오항의 성장동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 20~24일 항만 시찰을 갔다. 칭다오항은 부산항의 2대 교역 항만. 지난해 두 항만 간 물동량은 환적 62만TEU를 포함해 91만TEU로 집계됐다.

■부두별 역할 분담으로 효율성 제고

지난 20일 오후 칭다오 쳰완신항은 남컨테이너터미널과 북컨테이너터미널이 마주 보는 형태의 부산신항 구조와 비슷해 보였다. 높이 70m에 이르는 대형 갠트리크레인 5대가 부두에 정박한 1만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위로 컨테이너를 옮겨 싣느라 활기가 넘쳤다.

칭다오항은 크게 ▷쳰완신항 ▷구항 ▷황다오 원유항(30만t급) ▷동쟈커우 벌크항(3억t급)으로 이루어졌다. 칭다오항은 신항과 구항의 역할을 분리해 갈등의 소지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도심에 있는 구항은 2002년부터 신항이 개발된 이후 카페리선, 연안선, 한중노선만 이용되고 있다. 신항은 컨테이너를 주로 처리하면서 30만t급 철광석 부두를 갖췄다. 2006년 신항 개장 이후 북항과 신항 간 물량 빼앗기식 하역료 출혈경쟁을 벌이는 부산항에서 배워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칭다오항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는 4개(21개 선석)로 적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신항 5개(21개 선석), 북항 4개(16개 선석) 등 9개 사가 난립하는 부산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덕택에 칭다오항의 하역료는 TEU당 80달러로 부산 북항보다 배가량 많다.

칭다오항을 운영하는 칭다오항그룹이 순환출자방식으로 3개 터미널의 대주주 역할을 하면서 하역료 요율 협상권과 터미널별 선사 배정권을 가지고 터미널 간 과도한 경쟁을 막고, 모든 터미널에 같은 하역료를 적용한 것도 안정적인 하역료 유지에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칭다오항그룹은 칭다오시정부에서 100% 출자했다.

■고 부가가치·생산성 종합항만 지향

칭다오항은 전체 물동량 중 컨테이너 비중이 92%에 달하는 부산항과 달리 원유, 벌크, 잡화 등을 두루 갖춘 종합항만으로 키운 점도 부산항과 다르다. 칭다오항그룹 야오순칭 부부장은 "칭다오항은 컨테이너 중심의 하역 항만에서 벗어나 중국 1위 원유 항만 및 철광석 항만이자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높여왔다"고 밝혔다. 동쟈커우 벌크항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3억t을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벌크 항만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생산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물류정보업체 JOC그룹이 2012년 8월 세계 주요 컨테이너항의 항만 생산성을 조사한 결과, 칭다오항이 96으로 1위를 기록했고, 부산항은 8위(80)에 그쳤다.

■부산항 견제정책

칭다오항이 지난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칭다오 화물의 타 항만 환적(수출환적)을 50% 줄이는 선사에 대해 하역료 0.5~1%를 깎아주고 있다. 이는 칭다오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환적화물을 줄이려는 부산항 견제정책인 셈이다. 아울러 칭다오항 인근 중소형 르자오(日照)항, 웨이하이(威海)항에 지분을 투자해 환적화물이 부산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동행한 김정원 부산항만공사 홍보팀장은 "중국에서 부산항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가는 환적화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부산항 북항과 신항의 기능 재정립을 서두르고, 양적 성장에서 탈피해 질적 성장으로 부산항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칭다오항 시찰을 통해 통감했다"고 말했다.

칭다오=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부산항과 칭다오항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세계순위 비교 연도  부산항(TEU)  칭다오항(TEU) 2007  5위(1326만)  10위(946만) 2011 5위(1618만)  7위(1440만) 2014  6위(1868만)  7위(1662만)  ※자료 : 부산항만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