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 해운대구 한식뷔페 '식당120'을 찾은 고객들이 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다. 이곳은 평일 1000~1500명, 주말 2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집밥·웰빙' 트렌드에 입소문
- 합리적인 가격 장점 내세워
- 포화된 외식시장서 급성장
- 주말은 물론 평일도 예약전쟁

패밀리 레스토랑 바람이 불었던 10년 전, 한 끼 식사에 5000원도 버거웠던 사람들은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베니건스 등에서 2만 원이 훌쩍 넘는 스테이크 가격에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좇기 위해 기꺼이 '출혈'을 감수했다. 이들 레스토랑이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면서, 얇아진 지갑에 남몰래 운 청년도 부지기수였다. 가격에 대한 '저항감' 탓인지 그 사이 외식 코스는 샐러드 바 등 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옮겨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기념일이나 연말 등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곳이 돼버렸다.

'외식 강자'의 영광은 웰빙과 집밥 열풍을 타고 한식으로 이동했다. 최근 뜨고 있는 한식 뷔페는 다양한 종류의 건강식을 즐길 수 있어 '샐러드 바의 한식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실제 패밀리 레스토랑은 줄줄이 폐점하는 반면 한식 뷔페는 잇따라 출점하고 있다. 아웃백은 부산지역에서는 센텀시티점·연산점·경성대점이 문을 닫았다. 서면점·해운대점·남포점 등 3개 매장을 운영했던 베니건스는 모두 폐점을 결정하고 부산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12월 폐점한 경성대점의 맞은편 건물에는 같은 달 오픈한 한식 뷔페 '자연별곡'이 성업 중이다.

부산의 한식 사랑은 남다르다. 한식 뷔페는 최근 포화상태에 이른 외식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폭풍 성장'하는 분야다. 지난해 10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내에 문을 연 '식당120'을 필두로 '자연별곡', '풀잎채' 등 지난해 하반기만 대형 한식 뷔페 5곳이 개점했다. 현재 성업 중인 부산의 한식 뷔페는 중·대형 규모 등 20곳이 넘고 올 상반기 중 2, 3곳을 비롯해 연내 5, 6곳이 오픈을 준비 중이다. 식당120의 경우 10명 이상 사용 가능한 룸을 제외하고는 예약제가 적용되지 않아 일반석은 한 시간을 대기해야 이용할 수 있다. 룸 예약은 2~3주 전에 마감돼 '예약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식당120 관계자는 "매장이 400석이나 되지만 평일에도 거의 날마다 점심 저녁 가득 차고 있다. 평일은 1000~1500명, 주말은 2000명 가까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면에 1호점을 오픈한 자연별곡도 하루 평균 600~700명의 손님이 찾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에 한식 뷔페 열풍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주 고객층을 보면 그 원인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식당120 한덕수 대표는 "가족 단위 손님이 가장 많다. 한식은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메뉴"라고 설명했다. 전국 대도시 중 장년층 인구 비중이 가장 높아 자연스럽게 지역의 가족 외식 공간으로 한식 뷔페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고객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부 노진희(40·부산 사하구 다대동) 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엄마들끼리 한식 뷔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식 뷔페는 학부모 이용객이 많아 학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해운대·수영·동래구에 출점한 한식 뷔페는 '학군 수혜'를 본다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은 외식비 부담을 확 줄였다. 한식 뷔페의 1인당 가격은 1만2900~1만5900원 정도. 일반 뷔페가 1인 기준 기본 3만 원, 패밀리 레스토랑이 4인 기준 10만~15만 원의 비용으로 평상시엔 엄두도 못 내는 것에 비하면 '착한' 가격이다. 여기에 유부전골 모시조갯국 쑥국 멍게 부침개 등 신선한 제철 음식과 팥빙수 붕어빵 등 한국식 디저트까지 맛깔스러운 음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게 고객들 반응이다. 김수진(여·29·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는 "적은 비용으로 외식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한식 뷔페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동의대 조용범(외식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한식으로 눈을 돌리고, 가격도 반값 수준으로 저렴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한식 뷔페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