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대 고정금리인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며칠 만에 정부가 예상한 1년 목표치의 절반을 소진했다.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줄여서 경기를 부양해 보겠다는 의도로 정부가 내민 카드다. 금융당국의 목표대로 가계 부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는 금융당국에서도 요즘 가계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결과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 현실도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총액은 약 1100조 원에 달한다.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약 2100만 원이다. 게다가 세계적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7대 가계부채 취약국으로 분류되며, 전체 가구의 60%가 빚을 지고 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소득의 40%이상을 원금과 이자로 지출하는 가구도 전체의 20%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가계대출 규모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향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도 계속해서 떨어지다 보니까 은행에서 굴리던 돈을 수익이 나는 부동산으로 옮겨 넣는 사람들이 늘어날 게 뻔하다.

정부의 의도대로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에서 여윳돈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까지 착시 현상에 빠져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계 부채의 증가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진단'을 보면 2014년 말 기준소득 하위 20% 가구의 담보대출 증가율은 2010년 말보다 78.3% 늘어 전체 가구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저소득층의 대출비중은 작지만 이들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빨라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명한 가계대출 활용전략과 부채 관리전략이 필요한 때다. 준비되지 않은 막연한 묻지마식 부동산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자신의 현재 소득과 자산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대출도 자제해야 한다. '대출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는 많지 않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일 시점이다.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