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표기업인 무학이 지난 10일 우여곡절 끝에 제 22대 부산상공회의소 상공의원에 선출(본지 지난 11일 자 1면 보도)됐다.

부산에 본사를 두지 않은 역외기업 무학이 부산상의 지도부인 상공의원에 선출된 것이 처음인 만큼 지역 상공계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학 측은 부산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 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1974년부터 부산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며, 부산상의는 2003년부터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회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 상공계에서는 소주 라이벌인 대선주조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이 오너인 비엔그룹의 계열사가 대선주조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면서 고용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집토끼(역내기업)'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지역사회에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역외기업인 무학은 부산시장에서 일정 부분 소외감과 위기감을 느꼈고 이것이 부산상의 상공의원 진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무학이 부산상의 상공의원으로 선출된 이상, 스스로 밝혔듯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데 있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게 상공계 안팎의 의견이다. 부산상의가 시의 각종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의 이익이나 시장 점유율 수성을 위한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지역 민심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한때 부산시장 점유율이 90%를 넘기며 맹주로 군림했던 대선주조가 소위 '먹튀 사건'으로 순식간에 점유율이 30%대까지 추락했던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연임이 확정적인 조성제 회장도 지역경제계의 수장으로서, 무학이 진정성을 갖고 지역경제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부산상의가 관행인 상공의원 후보 추천서를 문제 삼아 한때 '후보 등록 무효'를 검토했던 것은 옹졸한 처사로 비친다.

조 회장은 대선주조를 거느린 비엔그룹의 오너이기 이전에 회원사의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 내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부산상의 회장이라는 역할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