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위판수수료에만 기대서는 답이 없습니다." 소비 부진과 어획량 감소 등 수산 시장 축소에 대응하는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의 고심이 한창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은 지난해 어시장 위판 물량(16만9571t)이 전년보다 9%가량 떨어진 데다 수산물 소비까지 감소해 중도매인이 취할 위판수수료(위판금의 4%)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에는 중도매인 1명이 어대금 2억8000만 원과 공동 물품비 7300만 원을 정산하지 않은 채 부도를 내고 잠적해 사기 혐의로 피소되고 중도매인 자격이 박탈됐다. 

중도매인들은 "몇십 억 원짜리 부도가 아닌 이상 생활형 파산으로 볼 수 있다. 충격적이지만, 어려운 수산업과 중도매인의 현실을 반영하는 사건"이라는 반응이다. 조합 관계자는 "2012년 5명, 2014년 6명 등 최근 11명이 중도매인 권한을 타인에게 승계했다"며 "이 중 20~30%가량이 부실로 인한 포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어시장의 중도매인(총 93명) 매수실적을 보면 중도매인 상위 30%의 매수금액은 어시장 위판액(3218억234만1900원)의 58%를 차지해 한 달 평균 2000여만 원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반면 하위 20위권은 월평균 200만 원대의 수수료(위판금의 4%)를 챙겼고, 하위 10위권 중도매인은 월평균 2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인건비와 물품 구매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셈이다. 

조합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려고 오는 5월 1억 원의 비용을 들여 해외 선진지 견학을 가기로 했다. 대상지는 대만 중국 일본 등 4개 지역. 중도매인의 역할을 비롯해 기존 수수료 수익, 도매사업 이외에 수익구조를 눈여겨볼 것이라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특히 어시장 현대화에 맞춰 중도매인이 참여 가능한 수산가공과 관광산업이 관심 대상이다. 조합 이종석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국장 출신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정부 정책에 빠르게 대처하고, 직원을 늘려 업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부경대 장영수(수산경영학과) 교수는 "수산물 전체 소비 감소와 어시장 내 어종 획일화가 심각하다"며 "중도매인 스스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산물유통법(가칭)이 통과하면 제한적으로나마 중도매인의 법적 지위와 지원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