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부가 15일 부산 부진진구 부전시장에서 수입품 일색의 수산물 원산지 표시판을 쳐다보고 있다. 이승륜 기자

- 제수품 조기 라스팔마스산 점령
- 명태·명태포 러시아산 일색
- 수협공판장 무려 38.5% 차지

수입 수산물의 설 차례상 점령이 심각하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상당수 품목에는 국내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국 시장을 보호해야 하는 수산업협동조합조차 전체 공판량의 40%에 가까운 수입물을 출하·판매해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추세 속에서 외국산의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설을 나흘 앞둔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마켓타운 전통시장. 주요 설 성수품의 원산지를 확인한 결과 차례상 생선 대부분이 수입품이었다. 대표 품목은 조기. 지난해에 이어 서남해 참조기 어획량이 절반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어물전마다 라스팔마스산 참조기(1상자에 1만5000~2만 원) 일색이었다. 일부 중국산 조기도 이보다 저렴(1상자 1만 원)하게 팔리고 있었다.

전과 포로 사용되는 명태 역시 "수년 전부터 판매할 국내산이 없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과거 동해에서 조업이 활발했지만, 수온 상승과 치어 남획으로 씨가 말랐다. 실제 냉동 명태(1마리 3000~9000원)와 명태포(1마리 5000~1만 원)는 러시아산뿐이었다. 포로 팔리는 황태(1마리 3000~5000원)와 북어(1㎏ 2만5000원) 역시 러시아산으로 말리기만 강원도에서 이뤄졌다.

이런 상황은 전국 7개 수협공판장의 수입 수산물 비율에도 나타난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판매된 수입 수산물은 4013t(124억3500만 원)으로, 전체의 38.5%를 차지한다. 수협 측은 "명태(97.3%) 명태포(94.8%) 새우(100%) 임연수어(90.5%) 새우살(96.8%) 등의 90%가 수입"이라며 "법에 따라 수입품 출하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이 없기는 해양수산부도 마찬가지다. 유통정책과 측은 "수산물 자급률이 70~80%지만, 수급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수입품 선호가 높아진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통상무역협력과 관계자는 "1990년대 시장을 개방했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어종 조업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어종은 수입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