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은 부산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꽃분이네'가 1300만 관객 동원과 함께 유명해지면서 하루 8만~10만 명의 관광객이 국제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일까. '꽃분이네'가 문을 닫을 뻔하고 부산시가 중재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직접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가치'가 올랐다는 것이고, 그 가치만큼 임대료를 높여야겠다는 임대인의 생각 때문이다. 8.26㎡ 규모의 작은 가게터에서 양말 허리띠 손수건 등 잡화를 팔고 있는 '꽃분이네' 가게는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유명세 탓에 진통을 겪었다.

부산시는 '꽃분이네' 문제가 상인회 등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했으나 여의치 않자 중재를 시도했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꽃분이네' 문제가 모처럼 조성된 부산 원도심에 대한 관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부산의 도시브랜드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적극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건물주와 임차인이 임대료에 대해 의견 접근을 봐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놓칠 수 없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꽃분이네'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상가를 소유한 건물주의 재산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꽃분이네'의 유명세로 인한 권리금 상승은 주변 상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도미노 현상은 국제시장이라는 전통시장 상권의 쇠락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러한 부정적인 변화는 서울의 가로수길, 청와대 옆 서촌 등 '도시 걷기'로서의 보행을 통해 유명해진 골목 상권의 변화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권리금의 상승은 영세 상인들을 퇴출시켜 기존 골목 분위기를 저해하며 명소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초량동 '이바구길'과 더불어 '꽃분이네'-용두산공원으로 이어지는 관광루트를 계획 중인 부산시 입장에서는 권리금 상승이 반가울 수 없다. '꽃분이네'와 같은 영세상인들이 퇴출된다면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분위기를 잃어버릴 수 있는 데다 문화유산을 통한 원도심 재생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꽃분이네'를 단순한 수익형 부동산이 아닌 부산이 지켜야할 '문화'와 스토리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