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국내 기름값이 크게 하락했지만 주유소의 전체 유류 판매량은 오히려 2.1% 줄어 6년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소비자 가격이 내린 데다 판매량마저 줄면서 주유소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카드 승인액은 전년보다 3% 줄었다.

한국석유공사는 전국 1만2000여 주유소의 휘발유(보통·고급) 판매량은 2013년 1138만 ㎘에서 2014년 1110만 ㎘로 2.5%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휘발유·경유·등유를 합한 전체 판매량 또한 2013년 3211만 ㎘에서 2014년 3141만 ㎘로 2.1% 줄었다.

지난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값은 1월 ℓ당 1886원에서 9월 1814원으로 1800원대에 머물다 10월 들어 1781원, 12월 1652원으로 급락했다. 경유 평균값도 작년 1월 ℓ당 1705원에서 9월 1618원, 10월 1584원, 12월 1461원으로 내렸다. 이처럼 기름값이 내려도 판매량이 늘지 않은 데 대해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수송 에너지 수요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동량이 줄어드는 동절기에 집중적으로 가격이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휘발유·경유의 수요 탄력성이 낮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기름값이 내렸다해서 바로 자가용을 구매하거나 주차 공간도 없는 상태에서 출·퇴근 수단을 대중교통에서 자가용으로 바꾸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거꾸로 유가가 고공 행진을 해도 주유소 판매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