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 1층 설 선물 행사장에서 고객이 돌김 선물 세트를 보고 있다. 경기 침체로 3만~5만 원대의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끌자 백화점 측은 지난해 설 때보다 중저가 상품의 물량을 품목별로 10~30% 늘렸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주부 유선희(45·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는 이번 설 선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생각이다. 연초부터 담뱃값 인상에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까지 겹치면서 가계 살림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유 씨는 "정성도 담겨 있으면서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실속형 설 선물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 유통업체는 이러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변화를 반영해 중저가 실속 선물세트 물량을 대폭 늘렸다.

다음 달 18일까지 설 선물 판매를 진행하는 부산 지역 롯데백화점 4개점은 중저가 선물 물량을 지난해 설 때보다 품목별로 10~30%가량 늘렸다고 30일 밝혔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조영상 플로어(floor)장은 "정육, 건강, 청과, 수산 등 전 상품에 걸쳐 중저가 선물세트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은 가격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눈다는 점에서 정성도 포기할 수 없다. 실제로 5만 원을 가지고 설 선물을 구입하려 가보니 '착한 가격'에 실속과 특별함을 모두 챙기려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한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먼저 실속형 선물로 가장 많이 찾는 돌김 세트(3만 원/50g·3캔)가 있다. 백화점의 경우 설 행사장 내 김 코너를 따로 마련해놓을 정도로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역시 '단골 선물'인 멸치세트도 3만5000~5만 원대로 볶음용·조림용 등 여러 종류를 구입할 수 있다. 건강식품을 고려한다면 곡물선식세트(4만2000원/30포)도 선호도가 높다.

실용적이면서 저렴한 알뜰선물로 자리 잡은 양말 제품은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관계자는 "유명 의류 브랜드도 양말 선물 세트를 구성해 명절 특수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 브랜드 닥스는 양말 3켤레 세트를 1만3000원에 판매한다.

실속과 품격까지 갖추고 싶은 소비자들은 천연조미료 선물을 선호한다. 신세계 센텀시티 '장방' 매장은 함초·굴·키조개 등 다양한 분말로 구성된 천연조미료 세트(2만500원/26g·5입)를 선보인다. 매장 직원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만족도가 높아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로 인기 있는 꿀(2만9800원)은 피나무꿀·감귤꿀 등 이색 꿀로 종류를 다양화했다.

젊은 층 사이에선 와인 선물세트(1만9000~3만8000원·2병 기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 와인 코너 직원은 "젊은 고객이 레드·화이트 와인, 드라이·스위트 와인 2종을 세트로 많이 찾는다"며 "기름진 명절 음식과 잘 어울려서 인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