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로또복권이 처음 나왔을 때 당첨 확률은 800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친구는 '당첨될 확률이 50% 아니냐'고 우기며 복권을 구입했으며, 지금도 매주 복권을 사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매주 초에 사서 일요일에 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의 의식(?)처럼 되어 버렸다고 했다. 복권에 당첨되진 못했지만 번호를 확인하기 전까지 느끼는 기대감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최근에는 당첨 확률이 300만 분의 1에 이를 정도로 낮음에도 로또복권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는 점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연금 형태로 매달 500만 원씩 20년 동안 지불된다는 이유로 '연금복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마, 카지노 등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복권을 구입하는 것은 경제적 선택이 분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택의 기준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들은 이길 확률이 높고 상금이 적은 쪽보다는 확률은 낮지만 상금이 많은 쪽을 선호하는 불합리한 선택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이 일어나는 것은 복권 당첨을 통해 대박을 기대하는 즉, 위험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위험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고 젊은 연령대일수록 위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소득자 일부를 제외한 근로자, 소상공인, 주부, 고령자 등 서민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계층에서 복권을 선호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이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해 흔히 '88만 원 세대'로 지칭되는 청년층과 노후 준비가 안 된 은퇴자들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더해 미래 불확실성 증가도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로또복권은 전체 판매액의 42% 이상을 공익을 위한 복권기금으로 운영하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 문화예술 진흥 및 문화유산 보존사업, 임대주택 건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지원사업 등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들끼리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대박이나 인생역전을 가져올 정도의 극적인 전환이 필요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청년층들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고, 생산성 격차를 벗어나는 차별에 의한 임금 격차가 없고, 주어진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인생역전을 위해 복권을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현재 누리고 있는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충만할 수 있다면 굳이 인생역전을 위해 위험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답은 역시 경제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