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남구 경성대 앞 아웃닭 치킨하우스를 찾은 젊은이들이 포크로 치킨을 찍어 들고 '치킨 파이브'를 하고 있다.

'치킨공화국'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치킨점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특별한 기술 없이 '만만하게' 차릴 수 있는 업종이라 중장년 세대는 물론 청년층까지 뛰어들기 때문이다. 쉽게 차린 만큼 망하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요란한 개업 축하행사로 시작해 어느새인가 폐업한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 시작한 '아웃닭 치킨하우스(이하 아웃닭)'라는 치킨점 브랜드가 전국 25개의 직·가맹점을 여는 성공을 거둬 화제가 되고 있다. 불황에 늘어만 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차별화된 마케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주목된다.

대박 비결은 고객층을 좁힌 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아웃닭은 철저히 젊은 층을 타깃으로 영업한다. 인테리어와 메뉴도 젊은 층에게 통하도록 기획했다. 매장의 인테리어는 패밀리레스토랑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은 가운데 테이블 위에 낮게 달린 조명이 음식을 비추는 식이다. 매장에는 항상 팝송이 흘러나와 마치 서양의 바(BAR)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특징이다.

음식도 차별화했다. 치킨은 100% 국내산 계육만 사용해 육질을 높였다. 치킨을 주문하면 감자튀김과 떡튀김이 함께 나온다. 뻥튀기 대신 샐러드를 서비스하고 소스도 기본적으로 4가지를 낸다. 치킨은 물론 튀김과 샐러드, 소스 등 차별화된 보조메뉴와 이색적인 분위기가 기존 치킨점에 다소 식상한 젊은 층을 단시간에 사로잡았다. 배달은 하지 않고 매장 고객에 집중했다. 23일 오후 부산대점에서 만난 문미원(여·부산가톨릭대4) 씨는 "조명이 테이블만 밝게 비춰 마치 독립공간 같아 함께 온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집중이 잘된다"며 "페이스북에서 이벤트를 자주 진행해 샐러드 쿠폰 등을 주는 것도 단골이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입구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는 여성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다. 아웃닭 김정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모 치킨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종잣돈 3000만 원으로 광안리에 첫 매장을 열었다. 외국인이 배달을 하고, 영문으로 메뉴판을 만드는 등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건비가 많이 드는 데다 주택가와 맞지 않는 분위기라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치킨점 콘셉트와 맞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2010년 경성대 앞에 가게를 열었지만 처음에는 손님이 적었다. 이에 김 대표는 경성대 외식경영학과에 편입해 선후배·교수들부터 먼저 손님으로 유치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마케팅 등으로 대학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6개월 후부터 손님이 급증했다고 한다.

아웃닭은 경성대 앞 본점을 비롯해 부산·김해권에 15개, 서울과 수도권 등에 10개 점을 두고 있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은 총 9곳. 지난해 직영점에서 45억 원, 가맹점에서 55억 원 등 모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성대 본점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의 성과이다.

중소기업청도 아웃닭의 성공에 주목했다. 중기청은 지난달 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 58개 지역센터와 15개 사업 담당 부서에서 발굴한 소상공인 성공사례 총 38건을 '작은 영웅들의 성장스토리'라는 책으로 엮었는데 부산에서는 아웃닭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아웃닭은 가맹점 계약에 원칙이 있다. 기존 직·가맹점의 매출에 영향을 줄 위치라면 결코 출점하지 않는 등 가맹점주와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또 주택가나 공장지대 상권에는 아예 진출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주택가에 자리 잡은 기존 가게와 경쟁하면서까지 이익을 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웃닭은 다음 달 홍콩 침사추이에 해외 첫 직영점을 낸다. 한국 매장과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메뉴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내년 베트남에 1호점을 내고 홍콩에 5호점까지 낼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