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결정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CB는 22일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올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매달 600억 유로(75조5천340억원), 총 1조1천400억 유로(약 1천435조1천460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ECB의 양적완화 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현지 경제전문 일간 코메르산트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ECB의 결정은 지난해 중반 이후 외부 시장에서 날아온 첫 번째 희소식"이라며 "이 결정은 러시아에 큰 기회"라고 분석했다.

경제전문포털사이트 'BKS 엑스프레스' 분석가 이반 코페이킨도 "ECB의 채권 매입은 러시아의 주요 교역 파트너인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져 러시아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그룹 '인스타포렉스' 분석가 안톤 포민은 "유럽의 값싼 자금이 러시아로 유입되면서 루블화(러시아 통화) 유동성 부족분을 메워 줄 것"이라며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2년에 걸쳐 러시아 GDP의 4%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자금의 러시아 유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고등경제대학 산하 연구소 '개발센터' 연구원 발레리 미로노프는 "이미 루블화 가치 폭락이 일어난 상황에서 유럽의 양적완화가 러시아 기업들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경제는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어드는 등 불안한 조짐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외화보유액은 3천794억 달러로 일주일 전인 6일 기준액(3천862억 달러)보다 68억 달러나 줄었다.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들에 대한 외화 지원과 환율 개입 등으로 외화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서방 제재와 국제 저유가뿐 아니라 허약한 경제체질 개선 부진 때문이라는 지적이 대두함에 따라 러시아 정부도 에너지 의존적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 재정의 석유·가스 부문 의존도를 현재 약 50%에서 43~45%까지 줄일 예정이라고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이 이날 밝혔다. 그는 "이것도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올바른 진전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앞서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작동해온 에너지자원 의존형 발전 모델은 그 기능을 다했으며 이미 지속적 성장이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석유산업 의존에서 탈피해야 하며 경제 구조 다변화 기회는 아직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