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 비정규직화 시도
- 대선공약과도 상반된 정책"
- 노동계 대정부 투쟁 선언

정부가 정규직의 노동 유연성 높이기 등 해고 요건 완화 방침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대 노총 등 노동계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은커녕 모든 국민의 비정규직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으로 촉발된 노동시장 개편 논란에 대해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27일 국회 브리핑에서 "최 부총리의 발언은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 비정규직·청년실업 해소 등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다분히 원론적 언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문이 불 보듯 뻔한데도 '원론적 언급'을 했다는데 대해 노동계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말 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당시 일자리 공약 중 하나로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내걸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는데, 최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약속을 뒤엎은 격이다.

노동계는 우리나라 노동 유연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발간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관련 국제적 흐름'을 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노동자를 집단 해고하기 쉬운 국가다.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34개 OECD 회원국 중 25위다. OECD 평균은 10년이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은 "10명이 취업하면 8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상적인 고용이 많아지니 정상적인 고용계약인 정규직이 과도한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 소장은 "각종 지표를 보면 노동 유연성이 절대로 낮지 않다. 기업이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노동자의 권리가 확대되는 게 사회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근대적 노사관"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의 고삐를 죄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 규탄 결의대회를 연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 부총리가 말한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방침은 그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지난해 정리해고 노동자는 38만 명으로 IMF 경제위기 직후 수준에 육박했다. 정부는 고용 경직성 운운하며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중단하고 해고 요건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