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오간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물류업체 임직원 2명이 동반 자살(본지 지난 22일 자 5면 보도)하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부산항 신항 배후물류단지는 부산항만공사가 2020년까지 16조7000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항만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배후물류단지는 항만으로 들어온 화물을 보관, 가공, 조립, 포장, 라벨링 하는 작업을 거쳐 부가가치를 높인 뒤 재수출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물류업체가 입주해 있는 곳은 북 컨테이너터미널 배후물류단지 222만6000㎡와 웅동배후물류단지 1단계 248만6000㎡ 등 471만2000㎡ 규모라고 부산항만공사는 23일 밝혔다. 2005년 북 '컨' 1단계를 시작으로 2012년 웅동 1단계 2차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58개 사업장에 54개 업체가 선정됐다. 북 '컨' 배후단지에 30개, 웅동 배후단지에 28개 사업장이 있다. 현재 웅동 1단계 3차 부지에 대한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웅동 배후물류단지 2단계(112만㎡), 남 '컨' 배후물류단지(144만2000㎡), 서 '컨' 배후물류단지(216만8000㎡)까지 개발되면 신항의 배후물류단지는 모두 944만2000㎡ 규모에 이른다.

물류업체 사이에서는 '배후물류단지에 입주만 하면 로또 당첨'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공짜에 가까운 임대료와 각종 세제 혜택 때문이다. 배후물류단지의 월 임대료는 1㎡에 43원으로, 인근 산업단지의 월 임대료 2456원의 2%밖에 되지 않는다. 또 입주 업체는 투자 금액에 따라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100% 감면받는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에 신규 컨테이너 물동량을 유치하고, 항만 배후물류단지를 단순 보관 창고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육성하며,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이처럼 파격적인 임대료와 세제 혜택을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입주만 하면 1년 만에 손익 분기점을 맞추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 이권만 챙기려는 업체가 앞다퉈 입찰 경쟁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업체와 부산항만공사 간에 검은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실제 감사원 조사에서 일부 업체는 외국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도 허위로 투자협의서 등을 조작해 임대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본지 지난 14일 자 6면 보도).

항만업계 관계자는 "외국자본 유치를 내세워 공짜 수준의 임대료를 제공하는 바람에 취지와 달리 단순 보관업만 하는 업체가 배후물류단지에 입주하는 부작용이 생긴 만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