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일본 중앙은행은 더욱 많은 돈을 풀어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 일본 공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율도 상향시키면서 일본 증시가 4%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돈을 푼다'는 것은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달러 엔이 110엔을 가파르게 돌파하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존의 약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상환이라는 걱정에 대한 상대적인 약세였지만 최근의 엔화 하락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산물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7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선이 무너질 듯한 분위기였다.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를 즈음해 1040원대에서 등락을 하다가 일본은행이 예상 외의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1080원까지 오르는 원화 약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1090원대 저항선을 쉽게 뚫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나 환율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 발표 이후 금융주들의 반등이 있었는데, 이것은 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점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내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의 양적 완화 확대는 글로벌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경쟁자 입장인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고,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이가 계속 줄어든다면 환율의 흐름은 당분간은 강세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외국인 입장에서 우리나라 증시에 자본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이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정도의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니 관망하는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돈의 흐름이 교환 가치를 만들어 낸다. 시장을 바라볼 때 환율의 흐름을 유추해 시장의 움직임을 판단해 보는 것도 이번 증시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손희재 현대증권 부전동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