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주변에서 원칙과 절차를 깨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 여론과 신중한 일처리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지역 경제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동부산테마파크 사업자 재공모 일정을 스스로 어겼다. 지난달 31일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평가를 마치고도 3일 예정됐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연기했다. 애초 평가 후 바로 협상대상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검토할 사항이 많다는 이유로 주말을 넘겼는데, 이마저도 일주일가량 다시 연기한 것이다. 앞서 도시공사는 지난달 27일까지던 테마파크 사업계획서 질의·답변 일정도 이틀씩 연장했다.

재공모 일정이 늘어진 데는 사업계획서의 함량 미달 논란과 콘셉트 문제가 원인이다. 도시공사와 평가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동일은 30여 쪽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수천억 원이 투입될 테마파크 사업계획서로는 분명 함량 미달이다. 100쪽 가까운 사업계획서를 낸 GS-롯데 컨소시엄은 '키즈 테마파크' 콘셉트로, 동부산관광단지의 핵심시설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심사평가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일부에서 사업설계안 철회와 재공모가 거론됐다는 점이다. 도시공사 내부에서조차 특정 컨소시엄을 봐주기 위해 재공모 일정을 뒤흔들려는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각계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테마파크 사업자 평가위원을 뽑았고, 평가위원들은 협상대상 컨소시엄을 가려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면 먼저 발표하고 세부사항은 조율하면 된다. 그때 계약조건이 안 맞으면 다시 공모를 진행할 수도 있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으니 부산시와 도시공사가 두 컨소시엄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부산시의 이 같은 일처리는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3공구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정부의 비용편익 분석에서 지상구간 설계가 불가피하다고 판정이 났고, 부산교통공사 스스로도 지하화를 위해서는 배정된 예산 외에 3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서병수 시장의 방침에 따라 입찰은 하루 아침에 무효화됐다. 교통공사는 확보된 700여억 원의 예산으로 3공구 시공사 선정이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굳이 재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상업개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지역 경제계에서는 서 시장이 원칙과 상식을 소홀히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그러니 시 산하 공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