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바람결에 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서 완연한 가을 기운을 느낀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감상을 깨는 대한민국의 경제 온도는 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지금 한국의 경제 온도와 향후 경제 전망은 금리로 설명할 수 있다. 금리는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부분과 물가 요소를 나타내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향후 금리수준이 낮아진다는 의미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물가가 안정적으로 낮게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좀 더 쉽게 풀어본다면 앞으로 80~90년대와 같은 높은 수준의 예금 금리는 만나기 어려울 것이고, 살림살이는 더욱 각박해질 것이며, 경제 온도는 더욱 서늘해질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디플레이션 사회로 진입한다는 뜻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람들은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인플레이션 현상만을 경험했기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었다. 서민·중산층 할 것 없이 부동산 매매에 열을 올렸고, 많은 기업이 그렇게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 세계 경제위기 이후 대한민국 경제 체질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이 진행될 때 가치가 보존되는 자산은 무엇일까. 답은 현금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이 현금을 내부에 쌓기 시작했다. 은행이 넘쳐나는 돈을 굴릴 곳이 없어 고민에 빠져있고, 대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선호한다는 뉴스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금리는 2000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가 떨어질 때 가격이 오르는 유일한 자산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다. 보험사 은행 투자기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 국채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수익성과 안정성, 유동성이 보장되는 대한민국 정부에 예금한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개인들도 국(고)채에 관심을 가져야 자산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 국고채에 직접 투자해도 되고, 국채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준호 NH-CA 자산운용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