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화는 무절석회조류의 번성으로 백화현상(갯녹음)으로 이어진다. 독도해역 암반 아래쪽에 자리 잡은 무절석회조류가 해조류 서식지를 조금씩 잠식해 가고 있다.

- 수온 오르며 생태계 변화 가속
- 제주도 해역 수산자원 생산량
- 5년 사이에 절반으로 뚝 떨어져
- 머잖아 우리나라 전해역 '불똥'
- 대대적인 바다녹화사업 시급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이 지난해 가을 전국 연안 31개 해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조류 분포 조사 결과 아열대성 해조류가 동해안 중·남부 해역까지 북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지난 6월 12일 자 20면 보도)우리 연안의 아열대화가 전국적인 해조류 분포 조사를 통해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온대 바다의 특성을 나타내는 해조류 군락지 아래로 아열대 바다의 상징인 연산호들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 해역 모습.

아열대성 해조류 분포가 제주도와 남해안을 거쳐 북쪽으로 넓어지는 것은 구로시오 난류의 지류인 동한난류의 세력 확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루어진 울릉도 연안 수중생태계 조사 때 울릉도 해역에서도 아열대성 해조류인 넓패, 옥덩굴, 주름뼈대그물말 등의 서식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넓패는 국가기후변화생물지표 100종에 포함되는 종으로,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울릉도와 독도 해역도 아열대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아열대성 해조류의 북상은 수지맨드라미, 빨간부채꼴산호, 해송 같은 연산호류의 북상과 함께 우리 연안 아열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수온 상승은 미역, 다시마, 대황 같은 온대와 한대 해역에 걸쳐서 살아가는 대형 해조류의 생육 부진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해조류를 채취하는 어민의 소득 감소와 해조류를 즐기는 소비자의 부담으로도 연결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 해조류가 1차 생산자가 되어 만들어내는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해조류는 땅 위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와 영양물질을 만들어낸다. 또한 해양생물에 서식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조류 엽상체를 먹잇감으로 삼는 초식성 어류와 전복, 고둥, 군소 등 연체동물과 해삼, 성게 등의 극피동물에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

	울릉도 해역에서 관찰된 아열대 해조류인 옥덩굴 군락지.

우리나라 해역 중 가장 빠르게 아열대화가 진행되는 제주도 해역의 사례를 보면 아열대화로 말미암은 피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초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은 제주도 연안 수온 상승으로 도내 120여 개 마을어장의 수산자원 생산량이 2007년 7360t에서 201년 3647t으로 5년 새 절반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온 상승으로 말미암은 바다사막화(갯녹음) 가속화와 아열대성 바다 환경을 대표하는 연산호가 온대성 바다 환경을 대표하는 해조류 서식지를 잠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도 해역이 우리나라 아열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의 피해사례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연안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안 수산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대해 수산자원관리공단 강영실 이사장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바다녹화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 12일 "연안 아열대화로 연안에서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열대 종이 대체되는 데 맞서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연안의 수산자원을 지키고 관리하는 기본이 된다"고 강조한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