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장파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 신드롬이 거세다. 그의 책 '21세기 자본'은 하버드대학의 101년 출판부 역사상 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번역 출판기념을 위한 그의 방한과 더불어 피케티 열풍이 뜨겁다. 열풍의 배경에는 소위 '돈이 돈을 번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대중적 공감이 큰 탓으로 보인다. 물론 피케티 담론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궁극적으로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한 그의 주장이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한국적 상황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노동으로 버는 돈 보다 자본으로 버는 돈이 훨씬 큰 만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요즘 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자본의 수익률이 생산과 소득의 성장률을 넘어설 때 자본주의는 통제하기 어려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부분은 특히 공감된다. 즉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임대료·배당·이자·이윤·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서 얻는 소득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임금·보너스 등)을 웃돌기 때문에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부자들의 소득세를 누진적으로 올려 부를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 수익률)가 사람이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경제성장률)보다 빠르다'는 그의 주장은 현재 부산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일면 찾을 수 있다.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7월) 부산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75대 1로 대구에 이어 전국 2위다. 올 하반기에만 1만7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최근 2, 3년 사이 최대 분양 물량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분양 상황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건설사의 공급은 과열 양상을 띠고 분양가도 상승했다. 분양시장의 호조가 '폭탄 돌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약경쟁률만 높이고 이로 인한 프리미엄만 취하는 '돈이 돈을 버는 식'의 분양 시장의 거품은 결국 실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의 피해를 가중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