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일반기업이나 공기업에 빌려준 대출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가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돈을 찍어내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발권력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한은의 대출액은 13조1571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7%나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위한 재원 조달용으로 지난 3월 정책금융공사에 3조4590억 원을 저리 대출해 주는 한편 지난해 6월부터 자금공급이 시작된 기술형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중소기업 대상의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최고치가 2009년 11월의 13조1361억 원이었는데, 올해 8월 기준으로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15조884억 원) 이후 최대치다.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1992년 9월의 17조6365억 원이었다. 그 당시는 한은이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고 불리며 경제부처의 지시에 따라 한은의 자금을 동원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저물가 상황에 유동성이 확대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물가 상승 부담으로 전이되는 만큼 한은의 발권력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자금을 투입해도 되는 사안에 한은 자금이 동원되는 사례에 대한 우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