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중기 박스권' 상단인 2050선을 돌파한 이후 상승 탄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 달째 기간조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승 탄력의 둔화는 단기 급등에 대한 숨 고르기 차원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확산 우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중국 경제지표의 부진 등이 고점 돌파 후 탄력 둔화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에도 국내 증시는 아직 큰 폭의 조정보다는 2050~2070선을 중심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수급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매수 주체는 외국인이다. 지난 4월 이후 11조 원 이상을 우리나라 증시에서 매수했다. 주변의 많은 변수는 여전히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런 압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뜻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잭슨홀 미팅(8월 21~23일)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리 인상 조기단행의 가능성이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미국 증시도 최근 조정에서 빠르게 복원됐다. 다소 주춤했던 미국의 주택시장이 재차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미국 증시 흐름에 긍정적이었다. 이런 미국의 회복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방향성에 대해 강한 신뢰를 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지속적인 실적 하향이 투자심리의 억제 요인이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일부 대형주의 실적 충격을 제외하면 대체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실적 기대치)와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 은행 유틸리티 업종 등을 중심으로는 부합 내지 웃도는 기업이 두드러졌다. 하반기 실적 반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중형주의 강세가 비교적 안정적인 3분기 이익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때다.

관성과 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증시는 추세적으로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간 조정일 때 겁먹지 말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손희재 현대증권 부전동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