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마찰·위상 타격…노조 반발

금융당국이 '엄정 제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가 결국은 경징계로 결론났다. 이에 따라 당초 중징계를 예고했다가 경징계로 수위를 낮춘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무성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주의적경고'를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당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었다.

제재심의위는 임 회장에 대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의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삼았다. 국민은행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주전산기를 교체하기로 한 이사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5월 독단으로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하는 등 내분이 있었다.

임 회장 측은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에 지주 회장이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소명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징계 수위가 낮춰졌다.

이건호 행장도 주전산기 변경 과정에서의 내부통제 부실,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에 연관됐지만 경징계 판정을 받았다. 주전산기 문제는 이 행장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점이 감안됐으며, 5000억 원에 가까운 부당대출을 한 도쿄지점 사건은 이 행장이 리스크담당 부행장 시절이어서 직접적인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번 경징계 결정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 정 감사 등이 모두 자리를 보전하게 됐지만 KB지주와 은행 간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금감원은 제재기관으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KB금융은 두 달 동안 비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어지고 국민신뢰가 추락했는데, 금융당국이 명확한 근거없이 중징계를 통보하는 등 무리한 제재를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재심의위 결정의 원천 무효와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