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구역 대단지 성적표가
- 전체 분위기 좌우할 열쇠

- 입주 대기 1만2000여 가구
- 거래 범위 크게 초과하면
- 상반기 열기 꺾일 수도

- 정부 규제완화 방침은
- 별다른 도움 안 될 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 부산 부동산 시장은 올 상반기 청약 돌풍으로 이어졌다. 순위 안에서 청약 마감된 신규 분양단지가 80%에 육박할 정도다. 이 때문에 하반기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9월 초 추석 연휴를 피하려고 견본주택 개장 시기를 저울질하는 단지가 여럿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분양시장의 호조를 예상하면서도 물량 과대 공급 등 우려도 나타냈다.

	오는 10월께 '장전 래미안'을 분양할 예정인 삼성물산의 한 아파트 단지 견본주택. 연합뉴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 시장은 높은 청약 열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시장은 약보합세가 예상되지만 입주 물량이 부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는 올 하반기에만 1만2000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합치면 올해 입주 물량은 2만 가구를 훨씬 넘는다. 입주 물량이 누적되면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 유지되던 거래시장의 꾸준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부동산리서치업체 '부동산 서베이'의 이영래 대표는 "소액 투자자들이 분양 시장에 집중하면서 전반적인 호황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강 교수와 마찬가지로 공급 물량 과다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올해 예정된 분양 및 입주물량이 부산지역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초과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전세시장은 현장에 나오는 물량이 많지 않고 가격 상승 폭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으로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부산에서는 크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세 보증금과 임대수익에 대한 다주택자 종합과세 합산에 대한 완화책까지 거론된 만큼 하반기 시장 침체가 시작될 경우 정부가 내놓을 만한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주목했다. 올 하반기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역시 재개발구역의 분양 성적표라고 입을 모았다. 이영래 대표는 금정구 장전3구역을 재개발한 '장전 래미안'과 남구 대연동 대연2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롯데캐슬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각각 일반분양 물량만 약 1300가구, 1900가구 규모다. 성패에 따라 부산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주로 기존 빌딩의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도 제기했다. 연면적 19만7869㎡ 입주로 부산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금융기관과 관련 기관들이 대거 입주하게 되면서 기존 건물에 대한 공실이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존 빌딩의 임대차 시장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공인중개사협동조합 최영관 이사장은 "올 하반기 주택시장은 매수심리 약화가 예상된다. 경제 전반의 침체가 부산 부동산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과도한 물량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까지 침체 국면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전략적 선택과 정부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