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실별로 나눠먹기식 배정
- 사고예방 등 안전 분야 제외
- 고부가 해양플랜트도 '홀대'

세월호 참사에도 해양안전과 관련된 해양수산 R&D(연구·개발) 사업이 정부의 예산 우선반영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23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의결을 거쳐 이같이 확정했다. 국가과학기술위는 이날 70개 해수 분야 사업을 해양수산 R&D 중장기 계획(2014~2020)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70개 사업 가운데 예산 우선반영 20개 사업에서 ▷차세대 선박환경·안전 기자재 기술 ▷선박설계 및 성능시험·인증 및 표준화 ▷항법시스템 기술 ▷인적요인에 의한 해양사고 저감기술 ▷항만재해 대응 및 피해저감 기술 ▷북극항로 및 극지권 안전운항 기술 등 안전과 관련된 사업이 제외됐다. 이는 해수부가 국·실별로 1, 2개씩 나눠먹기식으로 배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해수부는 시급성이 요구되지 않는 ▷마리나 등 해양레저산업 관련 기술 ▷해양 바이오에너지 생산기술 ▷해양헬스케어 기반구축 등을 포함시켰다. 해양 헬스케어 사업이란 진흙이나 해조류를 이용해 건강·미용에 응용하는 분야다.

이들 사업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예방하거나 긴급구조에 필요한 안전관리 분야와 비교하면 후순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양과학기술 분야 한 관계자는 "해양 바이오에너지 사업은 열대에 적합해 한국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또 부가가치가 높은 데다 한국이 세계적으로도 앞선 해양플랜트 분야 5개 사업 가운데 해양플랜트 기자재 기술사업 1개만 20개 예산 우선반영 사업에 포함했다. 고부가가치로 알려진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육성기술도 20개 사업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다만 해수부는 선박의 운항관리를 첨단화하는 e-내비게이션, 긴급구조와 수색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중로봇 개발 등은 20개 우선 사업에 포함시켰다. 해수부 관계자는 "e-내비게이션 사업이 예산 우선반영에 포함됐고 이를 기반으로 해양 안전과 관련된 사업이 확산될 것이다. 분야별로 뽑다 보니 이렇게 배분됐다"며 "안전 관련, 예산액으로 본다면 R&D 예산의 22%를 차지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