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시민단체 반발 거세자
- 선거민심 의식 법인화 철회
한국거래소 내 코스닥 시장 분리 운영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서 부산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독립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 '제2의 벤처 신화'를 이루겠다고 밝혔으나 통합거래소 기능의 절반 축소와 시장 혼란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결정을 앞두고 '부산 민심'을 저울질한 정황도 포착돼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지역 여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정부의 결정은 6·4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25일 코스닥 시장을 거래소에서 분리해 운영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을 높여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자본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시설(전산 시스템)은 거래소 부산 본사에 그대로 두되 인사·의사결정 등 경영 기능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구체적 분리 시기와 방법·절차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동의대 김성태(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인사가 독립된다는 것은 (거래소로부터의) '완전 분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산의 반대 여론이 거센데도 이같이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코스닥 시장의 침체 원인이 각종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을 거래소로부터 분리시켜 유가증권 시장과 차별화한 뒤 진입 장벽을 완화하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학계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 시장을 별개로 볼 수 없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특히 벤처 육성과 코스닥 독립의 연관성이 작다는 지적과 함께 2000년대 초 주가조작 등을 불러 온 '벤처 버블'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산대 김태혁(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독립에 따른 벤처기업 육성은 결코 필요조건이 아니다"라며 "벤처기업 자체도 투기와 모험 등의 성격을 갖고 있어 정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하면 거품 발생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부작용뿐 아니라 '경영·인사 독립안'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6월 지방선거와 부산 여론을 의식한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와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별도 법인화를 계획했으나 부산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