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용 요금 선진국의 절반
- 사용량은 OECD 평균의 倍

해마다 여름과 겨울철이면 되풀이되는 전력 위기에 '요금 폭탄' 눈치를 보며 냉난방조차 못 하는 국민들 사이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 요금 혜택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을 현실화함으로써 그동안 산업계가 누려왔던 혜택을 누진제 완화 또는 폐지로 돌려 국민들의 전기 요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악의 전력위기 3일째인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전력거래소 전력수급 비상대책회의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수급안정 비상조치 상황 모니터'에 반사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42분에 순시예비전력이 450만kW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한때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1인당 주택용 전력 사용량은 1240kWh로 미국(4674kWh), 캐나다(4311kWh)의 3분의 1 수준이며, 일본(2384kWh)과 호주(2698kWh)에 비해서도 절반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사용량인 2448kWh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산업용 전력 사용은 OECD의 평균 배에 달한다. 이는 산업용 전기 요금이 다른 나라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으로 본다면, ▷일본 244 ▷독일 214 ▷영국 174 ▷프랑스 166 수준이다. 해외 국가들은 2007년 이후 원유 가격 인상과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산업용 전기 사용이 매년 줄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력 과소비를 부르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6월 한전이 산업용 전기 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전기 과소비를 조장하는 한편 판매량이 대기업에 집중돼 사실상 특혜를 주고 있다며 요금 현실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국내 총발전량의 53%를 차지했는데, 이 가운데 상위 10개 대기업이 전체 산업용 전기의 21%를 썼다.

삼성전자 수원공장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등 세 곳이 사용한 전력이 부산과 대구의 주택용 전력 사용량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징벌적 제도에 가까운 누진제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료 누진제는 지난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