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체들 특혜 업고 마구 사용
- 서민이 상당분 대신 내주는 셈
한낮의 가마솥 더위에 이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0일 밤, 민상두(43) 씨는 올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면서 가슴속에 울분이 치솟았다고 한다. 민 씨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이 무더위에도 에어컨조차 맘 놓고 못 켜는 현실이 짜증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면서 "전력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헐값에 전기를 맘대로 쓰는 대기업들의 행태도 현재 전력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쥐어짜기식 절전 강요와 국민들의 절전 참여로 최악의 전력 대란을 일단 넘겼지만 발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행 산업용 전기 요금은 ㎾h당 평균 90.3원으로 발전 원가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기본요금 외에 구간별 단가는 ㎾h당 59.1~690.8원이 적용된다. 6단계 누진이 적용되면 무려 11.7배까지 전기료가 치솟는다.
국내 발전량의 53%가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 전기 요금은 가정용에 비해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6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로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해 550만 MWh를 사용해 부산지역 전체 주택용 전기 사용량 353만 MWh 보다 56%를 더 썼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4533억 원으로 부산 주택용 전기 요금 4311억 원보다 불과 222억 원(5%)을 더 냈을 뿐이다.
결국, 서민들이 한 해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체들의 전기 요금을 대납하고 있는 셈이다. 서민들은 또 누진제 부담으로 무더위에도 냉방조차 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계는 오는 10월 전력요금 체계 개편을 앞두고 턱없이 싼 산업용 전력요금 현실화를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전력요금 체계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기조로 1980년대에 기본 틀이 마련된 것"이라며 "에너지 다소비 기업인 철강 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더는 국민의 희생 속에 산업계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진상현 경북대 교수(행정학부·에너지정책전공)는 "생산 원가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기 때문에 산업용 전력 요금 현실화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산업계의 주장은 맞지 않다"면서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대기업은 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업용 전력 요금 현실화가 전력수급 대책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 가정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 비교 |
가정용(누진제적용) |
산업용(누진없음) |
구간 |
요금(원) |
구간 |
요금(원) |
0~100㎾h |
59.1 |
구분없이
1㎾h |
90.3 |
101~200㎾h |
122.6 |
201~300㎾h |
183 |
301~400㎾h |
273.2 |
401~500㎾h |
406.7 |
500㎾h 초과 |
690.8 |
※자료 : 한국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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