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흘간 냉방·공조기 가동 못해
- 부산시청 실내 35도까지 치솟아
정부가 최악의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4일까지 사흘간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냉방기와 공조기 가동을 전면 금지하는 사상 초유의 절전 대책을 시행했다. 예비전력이 500만 kW 밑에서 20분간 머물면서 12일 오전 10시57분부터 전력수급경보 1단계인 '준비'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4시 부산시청 11층. 실내등이 대부분 꺼져 캄캄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선풍기와 부채에만 의존한 채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실내온도계가 29.7도를 가리켰다. 사우나실을 방불케 하는 후텁지근한 공기는 숨을 막히게 했고 잠시 머무르는 동안 땀이 흘러내렸다.
청사 내 이동 시간도 보통 때보다 많이 걸렸다. 22개의 엘리베이터가 이날부터 절반만 가동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부산시청 시민봉사과 김정근 주무관은 "과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 2명당 선풍기 1대씩을 켜고 일하고 있다"면서 "전력위기 상황이라고 하니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날 청사 내부의 복도 형광등 일부만 켠 채 사무실은 대부분 오후 2시부터 소등했다. 직원들은 한증막 같이 덥고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무더위와 싸우느라 힘겨워했다. 인근 부산경찰청도 상황은 마찬가지. 복도 형광등도 끄고 엘리베이터 앞 실내 조명만 켰다. 한국거래소와 부산도시공사도 사무실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았다.
민원실에는 별도의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부산시청과 달리 구청에는 냉방기 사용이 전면 중단되면서 민원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부산시청이나 부산진구청, 남구청, 동구청 등 외벽이 유리로 된 공공기관 청사는 실내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며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공공기관을 찾은 민원인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동구청을 찾은 이모(여·40) 씨는 구청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 씨는 "바깥보다 구청 내부가 더 더운 것 같다"며 "에어컨도 없는데 민원실 선풍기도 고작 2대밖에 없었다"고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모든 공무원이 절전대책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1960년대도 아니고 쥐어짜기식 에너지절약 정책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더워서 못 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산업계와 일반 상가, 국민 등 각계각층은 대체로 절전에 동참해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이 예고됐던 이날 오후 피크시간 대에도 예비전력이 400여만 ㎾대(준비 단계)를 유지하며 최대 고비를 넘겼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예비전력은 536만 ㎾를 기록했고 전력거래소는 오후 6시56분 '준비'를 해제했다.
정부는 13일에도 공공기관과 기업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절전 대책을 시행한다. 설비용량 50만㎾급의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가 11일 밤부터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된 데다 서천화력발전소 2호기도 한때 고장이 나면서 전력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