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에 위치한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직원들이 대리점 출입문에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 홍보 전단을 붙여놓고 가입자 유치활동을 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누구를 위한 요금제인가

- 해마다 음성통화 시간 줄어
- 통화 많지 않을 땐 혜택 적어
- 이통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

# 가입자 통신비만 늘려

- 기본료 올리고 데이터 줄여
- 망외 통화 많으면 추가 비용
- "통신과소비 부추기는 구조"

SK텔레콤, KT와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무제한 음성통화'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무료 통신서비스 경쟁시대가 개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음성통화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미끼로 요금을 올려받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음성통화량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싼 정액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음성보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추세라 '고가 통신요금제'를 고착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통사 수익 극대화 '꼼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요금제별 기본 제공량(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데이터통신)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서 필요 이상의 요금을 내고 있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G 및 LTE 이동전화서비스 이용자 1511명을 대상으로 요금제별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음성통화 사용량은 '3G 54요금제'는 기본 제공량(무료 음성통화 300분)의 74.3%, 'LTE 63요금제'(무료 350분)는 68.0%만 사용했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 한 명당 월평균 음성통화 시간은 175분가량. 2010년 204분에서 30분이 줄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말 150분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지난달 망 내(같은 통신사 이용) 무제한 요금인 'T끼리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1일 6만9000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부터는 망 내뿐 아니라 망 외까지 무료인 'LTE음성 무한자유' 요금제를 내놓았다. KT는 최근 6만7000원 이상이면 망 내외뿐 아니라 유선전화도 무제한 가능한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통사들이 내놓은 '무제한 음성통화 서비스'는 통화량이 아주 많은 극소수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화로 영업활동을 하는 영업직 종사자나 택배기사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입자가 기본 제공량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음성 무제한이란 말에 꾀여 가입자들이 비싼 요금제로 갈아탈 경우 오히려 요금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무제한 요금제는 통화량이 많지 않은 대다수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없고 통신사업자 배만 불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직장인 김영주(43) 씨는 SK텔레콤의 3G 스마트폰 요금제인 '올인원 44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44요금제는 월 4만4000원으로 음성통화 200분 무료, 데이터 500MB를 제공받는다. 김 씨의 월평균 음성통화 시간은 120분 정도. 김 씨 같은 경우 무제한 통화제로 갈아타는 게 훨씬 손해다. 자사와 타사 가입자 모두에게 무제한 통화를 할 수 있는 요금제는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기본료 6만7000원, 6만9000원부터 있다. 지금보다 월 2만300원 이상 더 내야 한다. 연간 27만 원가량 추가 부담해야 한다.

■기본료 오르고 데이터는 줄어

이통사들의 '무제한 통화'란 말에만 현혹돼 요금제를 바꾼다면 대부분의 가입자가 오히려 이전보다 통신비를 더 많이 내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가 출시한 '무제한 음성통화 제품'은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기본료가 상승하고 데이터양은 감소하는 형태다. SK텔레콤이 3G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3G 무제한 통화요금'은 같은 이통사 고객끼리 음성통화를 무료로 해주는 대신 기본료를 올렸다. 만약 '올인원 54요금제' 가입자가 망 내 음성통화 무제한인 'T끼리 55요금제'로 갈아타면 통신료가 오르면서 데이터는 '무제한'에서 '2GB'로 줄어든다. 기존 데이터 수준으로 하려면 T끼리 65(5GB)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 무료 음성통화도 300분에서 180분으로 줄어 유선이나 타 이통사 가입자와 통화 비중이 높다면 추가 요금을 물어야 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의 요금제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LTE음성 무한자유 69'와 'LTE음성 무한자유 79'는 기존 'LTE 62'나 'LTE 72'보다 기본요금이 7000원 인상됐지만 무료 데이터 통화량은 각각 1GB, 2GB 줄어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해졌다.

KT의 '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존의 '모두다 올레' 요금제인 67요금제 및 77요금제와 비교할 때 데이터는 각각 1GB씩 줄었으며 기본요금은 2000원 상승했다.

통신 전문가들은 "최근 이통사들이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는 사업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통신과소비를 부추기고 가입자의 통신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