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용역을 통해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43개 도시정비구역의 해제를 추진한다. 사진은 부산 금정구 장전2재개발예정구역 전경.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1차 원인은 부동산 침체지만 경제성 검토 부실 市도 도마
- 市, 해제 타당성 용역 발주…조합이나 시공사 설득 계획
- 官이 조합 구성·승인 이끄는 공공관리자제도 시행이나
- 구역 일부에 임대 주택 짓고 순환 정비 거점개발형 탄력

부산 43개 재개발·도시환경정비 사업장이 해제 검토대상에 오르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재개발을 손꼽아 기다리며 수 년째 재산권 행사 제한을 참아왔던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많은 도시정비사업이 '현실성 없음' 판정을 받은 1차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이지만 2005년 치밀한 경제성 검토 없이 487곳이나 되는 재건축·재개발·주거환경개선구역을 지정한 부산시도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해제 절차와 전망

시는 재개발 35개 구역과 도시환경구역 8개 구역을 최종 해제대상으로 선정했다. 추진단계를 보면 ▷조합설립인가 13개 ▷정비구역 지정 13개 ▷사업시행인가 1개 ▷미추진 16개이다. 지역별로는 남구가 10개로 가장 많고 사상(8개) 동구(6개) 북·서구(각 4개) 순이다.

시는 우선 내년에 '정비구역 해제 타당성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용역비 3억 원은 도시정비기금에서 확보했다. 1단계(내년 1~6월) 해제대상은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지 못한 곳이다. 또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해산을 유도해 내년 말까지 최종 해제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부산시 김영기 건축정책관은 22일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통해 조합이나 시공사를 설득하겠다. 부동산 경기를 봐 가며 민원이 적은 곳부터 선별 해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487개이던 부산 정비구역이 367개로 줄어든 만큼 이번에 43개를 추가 해제하면 324개 구역만 남게 된다. 부산시의회 오보근 의원(사상구2)은 "도시정비구역이 너무 많고 집값 하락으로 주민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자 재개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초기의 인식도 많이 수그러들었다"면서 "주민들이 원치 않을 경우 '창조도시'라는 개념에 걸맞게 개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재개발 찬성·반대파의 갈등도 우려하고 있다. 부산재개발재건축대책위원회 김성태 정책위원장은 "늦었지만 시공사들이 손을 놓은 정비구역은 축소하거나 개발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맞다.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주도의 거점개발형 기대

사업성이 높아 '계속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 96개 사업장도 행정의 관심이 절실하다. 특히 공공관리자제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제도는 부산시나 자치단체가 조합 구성과 승인을 이끈 다음 시공사에 그 비용을 환수하는 것이다. 초기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개발방식을 거점개발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구역은 재원 확보가 급선무다. 거점개발형이란 공공기관이 정비구역의 일부분(10~30%)을 수용·개발해 그 성과를 주변으로 확산하는 방식이다. 마스터플랜과 건축계획은 공공기관과 주민협의회가 공동 수립한다. 주민들은 공공기관이 마련한 순환용 임대주택에 살면서 단계적으로 주택 개량이나 재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지주 10명이 모여 공동 빌라를 신축하는 식이다. 전면 수용되는 공동주택 방식과 달리 순환 정비가 가능하므로 원거주민 재정착이 쉽고, 재정 능력에 맞는 주민 주도형 정비사업이 가능하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최근 부산진구 부암 2주거환경구역과 구포8·9 재개발 주민 300명에게 '거점개발형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더니 69.9%가 "그렇다"고 답했다. 부발연 이동현 연구위원은 "전면 철거방식의 정비사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경제성이 높은 곳을 거점으로 삼아 재개발을 확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산복도로나 원도심 등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이 공공재원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도시재생 활성화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도시재생기금을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재생 특별회계를 둘 수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현기환 의원 주도로 내년 도시재생 관련 예산 2000억 원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물리적 시설 개선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 프로그램을 연계해 복합적인 도시재생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