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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중소기업 돋보기] 기업, 실패 대책도 세워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9-21 22:08:0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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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인파가 많은 번화가에서 한 중년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의 핸드백을 빼앗고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서 있다. 급하게 달려온 경찰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오히려 수갑을 채워달라며 손을 내민다. 이 사람은 작은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금융 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는 무너졌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가족과 헤어진 후 노숙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교도소에 들어가면 숙식은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 유감스럽게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기업이 부도를 맞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대처 방안을 명쾌하게 조언해 줄 사람도 없고, 도산이라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전문적으로 치유받을 수도 없다.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연대보증제도로 인해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찍히게 되며, 금융 거래도 정지돼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 힘들어진다. 결국 오랫동안 축적된 소중한 자산인 기업 경영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사장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상당수 기업이 다양한 이유로 부도나 폐업 등과 같은 실패를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2008년 부도업체 수는 2753개, 법인 폐업자 수 5만40개, 개인 폐업자 수 79만4131명에 이른다. 물론 기업 실패의 주요 원인은 경영자의 잘못이지만 실패에 대한 대응이 미숙해 그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크다는 점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통합도산법, 중소기업워크아웃제도, 노란우산공제 등처럼 도산이나 폐업을 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기업이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며 실패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관대하지 못하다. 통계자료를 보면 부도 기업인이 채무를 해결하고 예전처럼 재기하는 확률이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이들에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물론 기업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를 하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담·보호·교육·지원 등 통합 관리 시스템이 요구된다. 부도나 폐업 전에 채권·채무 관리, 거래처 관리, 종업원 관리, 가족 관리 등에 대한 컨설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기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취업 관련 서비스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기업 실패가 가져올 비용을 줄이고 소중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한번 실패했다가 재기한 중소기업인이 "재기에 필요한 체계적인 지원을 받았더라면 좀더 일찍, 그리고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기업 실패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지길 기대해본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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