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현지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던 국내 유명 자전거회사가 2009년 녹색성장 정책에 힘입어 자전거 수요가 증가하자 국내에서 다시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 의왕시는 공장 설립 승인을 단 하루 만에, 건축허가 신청을 1시간 만에 처리해줬다. 부지 매입에서 건축허가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를 2개월 만에 해결해준 것이다. 덕분에 다른 지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던 자전거회사를 경기도로 유치할 수 있었다.

수출입은행 자료에 의하면 2008년까지 중국에 진출한 부산 기업과 개인투자 건수가 2800건을 넘어섰고, 투자금액도 24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기지를 완전히 이전한 경우도 있지만, 부산의 생산거점을 유지하거나 축소하고 추가로 중국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최근 노동관계법 개정, 인건비 상승, 규제 강화, 기술 유출 등 중국의 투자환경이 점점 불리해지자 다시 국내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향후 3~5년 내에 본격적으로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의 유턴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에 따라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중국 진출 기업을 다시 부산으로 유턴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마다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앞서 소개한 자전거회사 사례처럼 원래 근거지였던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기업을 뺏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턴 기업 유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국에 진출해 있는 부산지역 기업들의 국내 유턴 의향과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규모, 업종, 시기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 유턴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의 요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의 요구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에 비해 지역 경제 기여도는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진출한 저부가가치 업종 기업에 넓은 공장 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필요는 없다. 다품종 소량생산 기업의 경우에는 셀(cell) 생산방식(자기 완결형 제조 생산라인 방식)을 통해 인건비가 높은 국내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므로 이러한 업종 기업을 중심으로 유치 전략을 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성장동력 상실과 산업공동화라는 문제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타 지역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을 막기는 힘들다. 하지만 국내로 다시 돌아오려는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지자체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