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캄보디아증권거래소 출범식에 참석한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이 키촌 부총리(왼쪽)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거래소(KRX)와 공동 설립한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출범식이 11일 수도인 프놈펜에서 개최됐다. 올해 말에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증권거래소 출범식에는 이 나라의 키촌 부총리 등 정부 인사 180여 명과 한국의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 장호진 주 캄보디아 대사, 우주하 코스콤 사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잔칫날 KRX 한편에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캄코시티'가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표면상 연관 관계를 찾기 쉽지않은 캄코시티와 KRX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캄코시티와 KRX의 관계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KRX는 당시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정책에 따라 캄보디아 진출을 모색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도 2000년 초부터 추진하던 캄코시티 건설을 2005년부터 본격화했다. KRX는 당시 캄보디아증권거래소의 입지로 캄코시티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다른 지역은 인프라를 갖추려면 언제 거래소가 들어설지 기약할 수 없었다. 하지만 캄코시티는 상대적으로 인프라 구축이 빨라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캄코시티 입지가 무산된 이유는 캄보디아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캄코시티 건설을 위해서는 캄보디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적이어서 훈센 총리 쪽에 선을 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거래소 입지의 결정 권한은 캄보디아 재무부가 쥐고 있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훈센 총리가 각 부처의 권한에 대해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있었다"며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이를 간과해 재무부 쪽에 소홀하면서 거래소 입지가 변경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KRX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 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의 핵심으로 캄코시티가 부상했지만, 거래소는 '태풍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캄코시티

캄보디아 국무회의의 승인을 얻어 진행 중인 캄보디아 최대 신도시사업이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도심 북쪽 132만㎡의 부지에 2018년까지 아파트 8000여 가구와 금융센터·대학교·시청 등을 건설해 한국형 신도시로 건설하는 게 목적이다. 명칭도 '캄보디아'와 '코리아'에서 따왔다.

하지만 자금줄이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고, 시공사인 한일건설이 워크아웃 상태인 데다 시행사인 월드시티도 지급불능 상태여서 현재 사업이 중단됐다. 이 사업에 부산저축은행그룹 3000억 원 등 모두 4300억 원대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지출이 확인된 돈은 1300억 원대에 그쳤다. 이 때문에 나머지 3000억 원의 행방을 놓고 정관계 비자금설, 전 정부 관련설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