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결정을 2주 뒤로 연기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인다. 이 대표는 “기우제식 징계”냐고 거세게 반발하며 “당원에 가입해서 힘을 보태달라”고도 했다. 세력을 규합해 자신을 흔드는 세력과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징계’를 둘러싼 여당의 내홍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23일 KBS라디오에서 자신에 대한 윤리위 결정에 대해 “경찰 수사 결과든 뭐든지 간에 2주 사이에 뭔가 새로운, 자기들이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며 “이게 무슨 기우제식 징계냐”고 비판했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에 돌입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에게 직접 소명할 기회를 준 뒤 다음달 7일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자신의 측근인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어떤 혐의점이 나왔다면 김 실장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묻고 저를 부를 것”이라며 “그런데 절차가 진행이 안 된다. 경찰도 전혀 그렇게 진행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 지금 윤리위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윤리위 결정에 대한 불복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에 힘을 보태려면 당원 가입밖에 답이 없다. 3분이면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하고 한달에 1000원이면 국민의힘 주인이 될 수 있다”며 “당원으로 가입해 당 개혁과 혁신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가 말한 1000원의 당비를 내는 이는 일반당원과 달리 대선 등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다. 당 안팎에서도 윤리위를 겨냥해 ‘자해정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태경(해운대갑)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위 심의와 관련해 “자해 정치를 하고 있다. 망신주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의 특징은 세대연합정당”이라며 20·30세대와 60·70세대 두 집단의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하 의원은 “기존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들은 이 대표 리더십 스타일이 예전과 다르다 보니 적응도 잘 안 되고, ‘왜 이렇게 시끄럽나’면서 안정감을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 망신주기를 해서 지지층이 충돌하다 보면 우리 당만 약해질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하 의원은 이양희 윤리위원장을 향해서도 “당 대표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징계를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있어야 한다. 윤리위원장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당 김용태 최고위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위가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당과 윤석열 정부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윤리위가 해당 정도의 행위를 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이 대표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여권 분란을 부추기려는 의도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징계 결정을 미룬 것은) 이 대표에게 (윤리위가) 고문을 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대변인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정치적 이유 때문에 (징계가) 연기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정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