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대통령령(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사 수사권 완전박탈)’에 이어 ‘정부완박(정부 행정권한 완전 박탈)’과 ‘예산완박(정부 예산편성권 완전 박탈)’ 등 이른바 3대 완박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법제처는 국무총리 산하의 법제전문 중앙행정기관으로 행정 각부의 입법활동을 총괄, 조정·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정부기관이다.

국민의힘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의원은 16일 법제처가 최근 조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현 단계에서 법제처가 국회에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법제처는 그러면서도 “2015년 당시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내용에 맞지 않으면 국회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사례를 참고해달라”며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담은 서면답변서를 김 의원에게 제출했다. 서면답변서에는 “정부가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상 논란을 초래하고 집행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정부가 국회의 요청대로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해야 한다면 헌법상 부여된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법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심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저해돼 정부 업무 수행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조응천 의원은 “시행령이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바로잡겠다”며 이같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국회의 개입 수준을 높이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했다. 야당발 ‘정부완박’과 ‘예산완박’인 셈이다. 맹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무력하게 기재부 주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예산완박’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두서없이 던지는 것이 또다시 자기들의 근육 자랑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