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이런 공동체에는 민주주의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12일 문재인 정부 마무리투수로서 역할을 마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이임식 이임사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은 ‘공동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대한민국은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탐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수도권만 잘 살고, 경쟁만이 공정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결코 행복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고 당부했다.

그가 국무총리로 일한 지난 1년은 대한민국이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겪은 어려운 시기였다. 김 총리는 “이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을 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왜 없었겠는가”라며 “그러나 매 순간 헌신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공직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 역시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정점을 넘어서 일상으로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다”며 “지난 1년간 제가 여기에 기여한 작은 것이라도 있다면 그 모든 공은 바로 여러분께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날 공직은 물론 정계 은퇴 뜻도 밝혔다. 김 총리는 “오늘 총리직을 퇴임하면서 지난 30년 넘게 해왔던 정치인과 공직자로서의 여정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한 세대가 넘는 오랜 시간 부족한 저를 국민의 공복으로 써주시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국민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나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이른바 ‘독수리 5형제’중 한 명인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김 총리가 물러나면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직을 대행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