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공방 등을 거쳐 17시간30분 만인 10일 새벽 3시30분에 종료됐다. 이날 자정 야당에서 여당으로 전환된 국민희힘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을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각종 신상 의혹과 관련해 추가로 요구한 자료들이 국회에 제출되면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 A 사건’ 증인 대리전 양상

지난 9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시작한 청문회는 여야 간 첨예한 공방으로 차수 변경을 통해 날짜를 넘겨 심야까지 계속 진행됐다. 특히 여야 신청으로 나온 검찰 내부 증인들이 일명 ‘채널A 사건’을 둘러싼 비공개 일화들을 꺼내며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힘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영진 당시 대검 형사1과장(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는 한 후보자를 불기소처분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그런데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해당 사건을 계속 수사하라는 지휘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부장검사는 당시 수사심의위에 대검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법무부·대검 일각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제 생각에는 (이 지검장이) 애초부터 목적이나 예단을 갖고 수사에 착수했고,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아 이러한 지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시 한 후보자의 감찰을 주도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감찰 착수에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압력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한 부장은 “당시 윤 총장님은 감찰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극히 이례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책상에 다리를 얹어 놓고, 굵고 화난 목소리로 ‘보고서를 저리 놓고 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윤 총장님에게 감찰에 필요한 증거들을 임의제출 받고, 안 되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말했더니 ‘쇼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과거 특수수사를 할 때 피의자들이 상당한 위협감을 느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채널A 사건’은 2020년 채널A 이동재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 행위를 가리킨다. 당시 법조팀 이 기자는 금융사기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자신이 특수관계라고 주장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도록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자료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국 수사 눈감았다면 꽃길 걸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취임하면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합수단의 필요성을 묻자 “현재로는 고도화하고 있는 증권 범죄 대처가 어렵고 서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합수단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금융 범죄 수사를 전담하며 ‘증권가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1월 검찰 직접 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

한 후보자는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는 형식이라 대처가 어렵다”며 “취임 전이기는 하지만 (합수단 규모는)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임기 중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차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정권에서 봤듯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이렇게 막강한지 몰랐다”며 “과감하게 내려놓고 구체적 사건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윤석열 식구’라는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되겠느냐”라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일 안 된 것은 지난 3년”이라며 “‘조국 사태’ 이후 할 일 할 사람들은 다 내쫓고, 자기 사람으로 채워 넣지 않았나. 지난 3년처럼 편향적인 검찰은 검찰 역사상 없었다”고 맞받았다. 이어 자신을 보고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정치검사”라고 하자 “제가 조국 수사를 눈감았으면 꽃길을 걸었을 것”이라며 “정치검사의 정의가 바뀌었나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