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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준 편집국장 신문은 지식의 숲 <20>생활정치와 풀 스윙의 정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 정계 은퇴

김영삼·김일성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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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전 장관의 정계 은퇴로 말미암아 당내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정계 은퇴 이유로 시대 변화를 들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에 뛰어들게 했던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생활 정치의 시대가 왔다면 제가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를 자문자답해봤다.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는 걷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는 게 김 전 장관의 견해입니다.

그는 부산동고와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김영삼(YS)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서울 광진갑에서 16, 17대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2009년 5월 23일)를 계기로 2011년 지역주의 정치에 맞서 싸우겠다며 고향 부산으로 내려와 2012년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산진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습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부산 대표 정치인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김 전 장관이 시장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거운동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국제신문 3월 22일 자 1면 보도


국제신문 3월 22일 자 4면 보도


국제신문 3월 23일 자 사설


●풀 스윙(full swing)의 정치

김 전 장관의 정계 은퇴를 계기로 그가 지난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앞서 발간한 자서전 성격의 『고통에 대하여』(이소노미아)를 꺼내 생활정치와 ‘풀 스윙의 정치’의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1979~2020 살아있는 한국사’.

고통에 대하여


책은 1979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부마항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부마항쟁은 유신 독재에 억눌린 민중들이 오랫동안의 인내를 끝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 최초의 대규모 저항이었다. 이 저항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발원지이다. 그리고 이듬해 광주로 이어졌다.”(31쪽) 김 전 장관이 가진 부마항쟁에 관한 역사 인식입니다.

그는 이 책 ‘정치란 무엇인가’ 편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모욕하면서 사회통합의 지혜를 저버리는 정치를 ‘풀 스윙의 정치’라고 규정합니다. 풀 스윙의 사전적 의미는 야구나 골프 따위에서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하여 배트나 골프채를 길게 잡고 있는 힘을 다하여 힘껏 휘두르는 일을 말합니다.

그는 “마침내 민주주의를 이뤄냈고 좋은 정부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희망이 아니라 불안이 일상화된 사회를 만드는 정치를 했던 것”이라며 ‘풀 스윙의 정치’의 부작용을 지적합니다. 그는 “출세정치는 하지 말자, 부패한 정치인의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계파에 속해서 안온하지 말고 사심 없이 공적인 가치에 헌신하자고 다짐하면서 지금껏 왔다”면서도 “내가 만난 여러 정치인들은 내게 ‘정치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며 자신의 정치철학과 현실 정치 사이의 괴리에서 생기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는 정치적 민주주의만이 아닌 경제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사는 데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애쓰면서 불평등의 심화와 확대를 막아내는 것이 정치가 할 일”(132쪽)이라고 대답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일상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게 바로 생활정치입니다.

●지역주의 병폐와 서울 공화국의 모순

그가 정치에 뛰어든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양극화로 말미암아 희망이 없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지역주의의 병폐와 서울공화국의 모순은 잘 해결되지 않아 국민들만 고통스럽다고 지적합니다. 그가 주장하는 양극화는 세 가지. 첫째, 부자와 빈자의 양극화,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셋째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입니다. 이런 양극화 문제는 지역주의 정치를 악용하는 정치 세력 때문에 생기고 심화한다고 분석합니다. “지역주의 정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지방의 쇠락”이라고.

●가덕신공항, 죽느냐 사느냐 문제

김 전 장관이 이 책을 냈을 무렵인 2020년 말, 2021년 초 가덕신공항 건설은 부산지역 핫 이슈였습니다. 지역과 서울의 온도 차이는 컸습니다. 그는 서울 사람의 생각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왜 지방에 큰 공항이 필요해?’ ‘인천공항에서 갈아타면 되지.’ 그러면서 은연중에 인프라든 무엇이든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지방의 요구에 관해서는 ‘굳이 그럴 필요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절박한 문제임에도….”

서울은 주로 3대 양극화의 수혜자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울 내부에서 곪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의 박탈자 위치에 있는 지방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그의 판단입니다.



김해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주거지역과 인접해 있다. 국제신문 DB


 가덕신공항 건설은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 즉 죽느냐 사느냐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2002년 4월 15일 중국항공 129편이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북쪽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 이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착수 검토를 지시하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부산 경남 사람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염원하는 까닭은 수십 년 동안 쪼그라들었던 지역 경제를 부활시키려는 의지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새로운 기업투자를 유치하고 홍콩을 대체하는 동북아 국제 물류 허브가 되자는 생각이고, 그러려면 승객과 화물을 동시에 이착륙시킬 수 있는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해공항은 주거지역과 인접해 소음 문제로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7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YS-김일성 정상회담 성사될 뻔

그가 거대담론으로 언급한 통일에 관한 비사가 이 책에서 눈에 띕니다. 2006년 6월 13일 김대중(DJ)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김정은 위원장 아버지)이 평양에서 만나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 공로로 그해 DJ는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이보다 6년 앞서 김영삼(YS) 정부 시절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뻔했으나 김일석 주석(김정일 위원장 아버지·김정은 위원장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아쉽게도 무산됐다고 김 전 장관은 이 책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1994년 7월 25일 평양에서 YS와 김 주석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날짜까지 잡혔지만 회담을 10여 일 남겨두고 김 주석이 갑작스럽게 사망(1994년 7월 8일)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만약 두 정상이 만났다면 그들의 스타일상 선언적인 합의가 아니라 아주 화끈하고 대단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북한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YS는 매우 아쉬워했다”(141·142쪽)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대통령 경호를 맡은 박상범 경호실장은 대통령을 어떻게 경호해야 할지 밤마다 악몽을 꾼다며 고통을 호소하곤 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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