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 박형준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앞서고 있죠. 이대로 가면 선거가 재미도 없고 결과는 뻔할 것 같습니다. 박형준 후보를 뺀 남은 3명의 후보가 힘을 합치는건 정치인이 당연히 가야할 길이라고 봅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반 박형준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박성훈, 이언주 후보와 단계적으로 합치고, 그 힘으로 박형준 후보와 맞서면 시민들이 ‘가을 야구’를 보는 것처럼 선거를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박 후보는 단일화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언주 후보는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박성훈 후보도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이 아닌 것은 확인했다. 특히 지난 총선 국민의힘 참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 등의 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민식 후보가 언급한 ‘참패 책임자’는 박형준 후보다. 다만 박 후보는 스스로 단일화 후보가 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는 “(단일화 후보가 되기 위한) 전략과 계산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불리해도 승부를 걸 때는 몸을 던져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방송에서는 ‘최동원 정신’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최동원 기념사업회 전 이사장이다. 박 후보는 “최동원 선수가 1984년 한국시리즈 4연속 출장을 하면서 감독에게 ‘마 함 해보입시더’라는 말을 남기고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며 “이번 선거에서 역전극을 통해 사직구장의 폭발하는 에너지를 부산시민들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 후보의 ‘운전면허’ 비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운전면허(실기)시험을 한국에서 16번, 미국에서 1번. 도합 17번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박 후보는 “5번 떨어지니까 주눅이 들더라. 사법고시 통과에 2년이 걸렸는데, 운전면허 따는 데 3년이 넘게 걸렸다”며 “힘들게 운전면허를 따고 아내와 감격의 포옹을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최근 불거진 한일해저터널 논란을 두고 ‘장기적으로 검토할 상황’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반대는 아니다. 다만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부산은 지금 가덕신공항에 올인하고, 한일해저터널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두자”고 했다.

　이어 가덕신공항을 두고 ‘대한민국이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평가 했다. 박 후보는 “가덕신공항은 부울경 800만 시민의 염원일 뿐 아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투트랙 전략에는 부울경이 한 축을 맡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축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는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밀양 신공항 특별법’ 추진 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현 정국을 박 후보는 어떻게 평가할까. 박 후보는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노 대통령은 최종적인 판단을 할 때 반대의견을 받아 모두 검토했다. 이라크 파병이나 FTA 문제 등을 결정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노 대통령을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 분들이 노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걸었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다른 후보를 대상으로 냉정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단일화 대상이라는 박성훈 후보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는 오거돈 시장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치러지는데, 부산시 부시장이었던 변성완·박성훈 후보가 출마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인정하지만 다들 정치판으로 나오면 부산시는 누가 이끄나”고 했다. 같은 당 박형준 후보에게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는 “박형준 후보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된 지 두세 달 밖에 되지 않았다. 갓 당원이 된 사람이 부산시장 후보로 나가는 건 힘든 시기를 버텨온 다른 당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여건이 좋으면 입당하고, 여건이 좋지 않으면 탈당하는 행태는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박형준 후보는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당 후보로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지목했다. 진영논리에 빠져있지 않고, 합리적이라는 게 이유다. 박 후보는 “직접 만나본 적 있는데, 굉장히 온화한 성격을 갖고 계시더라”면서도 “다만 요즘에는 말씀하시는걸 들어보면 예전의 합리성을 잃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인연도 공개됐다. 박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다 사표를 썼다. 사표를 내니 갑자기 윤석열 당시 검사에게 ‘검찰청 앞 중국집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왔었다”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지도 않았고, 개인적인 인연이 깊지도 않았다. 그런데 불러서 다짜고짜 ‘검사로 남아 있으나’고 하더라.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부산지역 청년유출 대책으로 소프트웨어 특화 도시 활성화를 제안했다. 박 후보는 “현 산업 구조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전문가와 논의해보니, 경기도 판교를 넘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성화하면 청년 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는 박 후보의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다. 박 후보는 “오픈카지노가 비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도박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싱가포르엔 카지노가 많지만, 국민 모두가 도박 중독인 것은 아니지 않나. 부산 시민이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시적인 비난은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방송 중 댓글을 통해 다양한 질문이 접수됐다. 한 네티즌은 ‘부산시장 관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박 후보는 “넓은 땅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시장이 된다면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와 사법시험을 통과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특수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으며, 18·19대 총선에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국회의원(부산북강서갑)으로 당선됐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