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지 않느냐”, “싸울때는 싸우더라도 협치할때는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비전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선거를 만들어 보자”.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을 초대한 좌담회는, 전쟁판을 방불케하는 중앙당 사정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잘못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는 등 시원시원한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좌담회는 하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가덕도신공항 홍보단’을 제안했고, 박 위원장이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 사무실에서 하 위원장과 더블어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 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등 부산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용우 기자

-가덕도신공항 홍보단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하태경위원장(하) = 외부에서 자꾸 이상한 논리를 내세워 반대를 하니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홍보단을 발족해 TV토론과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잘못 알려지는 내용이 있으면 정정보도도 하고 그런식으로 활동하자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한미FTA 홍보단과 같은 성격으로 보면 된다.

▶박재호 위원장(박) = 며칠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해국제공항에 24시간 비행기가 뜬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니 “당연히 그러는게 아닌가”라고 말하더라. 그만큼 외부에서는 부산의 사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하 = 홍보단장 문제만 합의되면 곧바로 추진할 수 있지 않나. 여야 1명씩 추천해서 공동단장으로 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두 사람은 허남식 전 시장과 부산출신인 이재희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을 후보감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먼저 중앙당이 아닌 부산시당 입장에서 상대당에 대한 평가부터 해보자.

▶박 = 야당도 정쟁이나 이념보다는 부산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너무 고맙고, 그래야 부산발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지금 야당을 아주 좋게 평가한다. 선거는 선거고, 선거를 떠나 부산전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하태경 위원장이 좋은 법안을 내놓고 있고, 우리도 좋은 법안을 내면서 일자리나 경제살리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는 좋은 관계이기도 하다.

▶하 = 기본적으로 경쟁관계다. 따라서 긴장이나 비판 및 갈등이 아예 없을수는 없지만, ‘미래발전을 위해 협치를 한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기본원칙아래 정치를 하고 있다. 박재호 위원장도 그 정신을 철저하게 잘 지켜주고 있어서 이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어떤 의미를 띠고 있고, 어떤 선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하 = 발단은 불행한 일이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선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정치관성을 깨뜨리는 새로운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고, 자율분권을 지향하는 창조적인 상상력이 화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도 자율분권이라는 말을 강조했지만, 현실에서는 중앙에서 더 많은 내몫찾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분도 필요는 하겠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상상력,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부산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 = 우리문제로 시작된 일이라서 부산시민들에게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하 위원장 말마따나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발생해서 부산시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누를 끼쳤다. 어쨋든 선거는 미래를 보고 나아가는 과정이니 과거의 우리 잘못을 인정하고 더 큰 부산의 미래를 위해 이번 선거가 새로운 양상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어쩔 수 없이 네거티브 선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양쪽이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산이 하나로 똘똘뭉쳐 경제적으로나 일자리적으로 새로운 일을 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선거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싸움을 하겠지만,협치할때는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부산시민들이 새로운 비전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는계기가 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하 = 성추행보다 더 중요한 쟁점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분이다. 이 지점은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가급적 정치권에서 좋은 전통으로 만들어야 할 것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속을 못지키니 정치불신이 강화되고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라는 국민들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어쨋든 민주당 당헌당규에 자기들의 책임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면, 당헌당규를 고치더라도 그 다음부터 적용해야지 이번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정치신뢰를 위해, 자라나는 후배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건설적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고, 근거없는 비방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약속을 안지킨 것은 팩트이니 선거내내 약속을 안지킨 정당을 심판하자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박 = 충분히 인정한다. 사실 부산시장 선거만 있었으면 중앙당에서도 무공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데, 서울시장 선거하고 겹쳐지면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현명한 당의 입장이냐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다음 대선을 위해서는 서울과 부산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공천 보다는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맞다는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입이 열개라도 저희들은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결정을 내린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

7일 오전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이용우기자

-네거티브는 그렇다해도 선언적으로라도 근거없는 비방 등은 하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은 어떨까.

▶하 = 할 수 있다고 본다. 언론에서 팩트체크하듯이 양당공동으로 팩트체크 팀을 가동할 용의도 있다. 만약 합의가되면 비방한 사람은 정계퇴출 수준의 의미가 되는 만큼, 그런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 = 동의한다. 가능하면 현안이 나왔을때 양쪽에서 팩트체크를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먼저 공개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 시도를 한 번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좋은 의견이다.

▶하 = 즉흥적으로 합의를 발표하기는 그렇고,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지역경제가 너무 좋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 같다.

▶박 = 부산은 조선, 플랜트, 자동차 등의 1,2차밴드로 먹고살았는데, 그래서 소상공인들이 가장 많은 도시가 부산이다. 코로나 정국도 있지만 이런 구조적 상황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너무 부산이 안주해왔다.정치도 마찬가지고, 경제계나 공무원 등 소위말해서 부산을 리더해왔던 분들이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니까, 이번 선거공약에는 그런 내용들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향후 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는 산업구조변화와 일자리 창출 등이 선거에서 쟁점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하 = 박 위원장과는 상당히 공감수준이 높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합의를 했으면 하는 마음인데, 현시점이 부산의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홍콩이 지금 동아시아 경제허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있는데 부산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산의 미래가 제2의 홍콩을 지향하는 것은 허언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자유경제특별법 등이 필요할 것 같다. 외국의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규제가 너무 심하다. 특별법을 통해 부산에는 홍콩수준으로 규제완화를 하는 자유경제시범특구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부산 여야의원 18명이 함께 호소하면 꽤 큰 반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부산 여야가 합심이 잘 되니 좋은 기회다.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해주면 대통령에게도 건의하는 형식으로 추진해봤으면 좋겠다.

-가덕도특별법에 이어 부산을 위한 특별법을 또 만들겠다면 다른 지역에서 동의하기 어렵지 않겠나, 실현가능성이 있을까.

▶하= 그렇게 하면 가덕도신공항 추진에도 더 설득력이 생긴다. 왜냐면 부산공항에 사람들이 많이 가겠느냐는 것이 중앙의 걱정이다. 물류 얘기도 하는데, 기업투자가 없어 공장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동할 물류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홍콩처럼 많은 관광객이 오면 공항이 벅적이지 않겠나. 세계 6위인 항만 순위도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물류도 늘어날 것이고. 그래서 가덕신공항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이건 특혜가 아니다.

7일 오전 더블어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이용우기자

▶박 = 하 위원장과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부산만 자유경제특구로 만들어 외자유치에 특혜를 달라고 하면 다른 지역에 난리가 날 수 있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금융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특구를 만들었듯이, 부산에 금융자유특구를 만들어 시범적으로 한 번 해보자라고 건의를 할 수 있고, 18명의 국회의원이 건의를 하면 국가에서 안받을 수 있겠느냐. 지금 금융은 여의도 중심이 아니냐. 부산에 모든 것을 가져다 놓았는데, 아무 것도 활동이 없고, 전부다 서울에서 한다. 특히 금융은 금융위 등의 규제가 너무 심하다. 블록체인도 가상화폐만 생각하니까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침체돼있는데, 블록체인을 포함한 금융특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하= 전적으로 공감한다. 홍콩처럼 해서 금융특구를 한 번 해보자는 것이라면 제가 말하는 것과 취지가 전적으로 같다. 오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번 추진해보자.

-가덕도신공항과 관련, 국민의힘 내부에서 TK 지역 의원들과 조율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하= TK지역의 반대는 상수(常數)다. 만약 정부가 가덕이 아니라 밀양으로 밀어붙였으면 부산의원들도 비슷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지금 크게 두개의 장애물이 있는데, 제1의 장애물은 정부다. 아직도 국토부와 청와대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다음 두번째 장애물이 TK다. 만약 정부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입장을 명확히 밝혀주면 TK설득은 충분히 가능하다. 정치권(TK) 설득 이전에 선결과제는 정부의 문제다.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주면 그 다음 실타래는 정치권에서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 한 번 잘못된 결정을 하면 실타래를 풀기가 그만큼 어렵다. 이번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그만뒀으니 국토부 입장도 조금 풀리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TK PK관계없이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야당과 TK탓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수도권의 반대가 심하니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게 아니냐

▶박 = 아니다.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136명이 서명했고,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었겠지만 하루만에 서명을 받다보니 부재중인 의원도 많았다. 이낙연 대표도 그날 시도지사와 시도당위원장들을 모아서 화상으로 공약했지만, 2월달에는 통과시키기로 한 것은 분명하다.

-당 대표가 그 정도 의지를 보였으면 특별법은 당론으로 추진했어야 되는게 아닌가.

▶박 = 당시 이낙연 대표가 코로나 검사기간에 있어 말씀을 못드렸는데, 며칠내로 당론으로 결정해 빨리 처리하자라고 건의를 할 생각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인 만큼 2월 전이라도 어떤식으로든 통과시키려고 하 위원장과 같이 노력을 해보겠다.

-여권 중심으로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이 나오고 있는데.

▶하 = 메가시티가 무슨 말인지 알아보니까 결국은 부울경 행정통합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부울경도(道)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추진하자. 현실화시키기 위해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번 단계적 추진을 얘기했더라. 왜냐면 울산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니까. 부산경남 먼저 통합하고, 울산은 그러면 2단계로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산경남부터 통합하자. 대구경북 통합하듯이. 부산이부울경 행정통합의 엔진으로 작용해서 앞장섰으면 좋겠다.

▶박 = 국가예산을 가져오더라도 부산 울산 경남 찔끔찔끔하면 규모의 경제가 안되니 경쟁력이 없어진다. 따라서 부울경 800만 정도면 지역마다 특화를 시키면 된다. 진주 LH에는 건설이나 설계 등의 분야에 대한 모든 것을 집적화시키고, 부산에는 금융을 집적화시켜서 관광을 같이 하고 이런 모습으로 가자는 것이 메가시티다. 용어자체가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니, 부산이 먼저 동력을 만들어서 경남에 제안도 하고, 경남에서도 제안이 오면 함께하고 그러면, 부울경이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상당히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 지금처럼 분권보다는 오히려 광역화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 = 시도연합을 먼저 구성하면 된다. 시도연합에서 공동연합의회를 구성하고, 그러면 우리 대정부질의하듯이 시·도정질의를 공동으로 할 수 있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참석해서 상호질의를 할 수도 있고, 이런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새로운 상상력이란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김경국 선임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