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잠수함과 노르웨이 상선 간 충돌사고(국제신문 지난달 27일 자 9면 보도)의 원인이 ‘교신 혼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책임 여부에 따라 해군이 자부하는 ‘30년 잠수함 무사고’ 기록이 깨질 우려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강대식 의원이 20일 해군·해양경찰청·해양안전심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충돌 직전까지 해군 잠수함과 노르웨이 호그런던 호 간 교신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실제 교신은 호그런던 호와 배 전방 우측에 있던 ‘제3의 해군함정’ 사이에 이뤄졌다. 당시 제3의 해군 함정은 ‘현 침로(직선 항해) 및 속력을 유지하겠다’며 호그런던 호에 교신했지만, 호그런던 호는 이를 마주 오던 잠수함과의 교신으로 오인해 항로를 잘못 변경했다. 이에 잠수함은 배 전면으로 항로를 튼 호그런던 호를 피하려고 했으나 함미 부분이 다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결국 호그런던 호 뱃머리와 충돌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잠수함은 스크류 4개가 떨어져 나갔고 수평타와 음파탐지기 등이 손상됐다. 또 호그런던 호는 뱃머리 하단에 구멍이 뚫렸고 뱃머리 정중앙 부분 3곳이 휘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현재 해경과 해양안전심판원은 충돌 사고에 대해 수사 중이다. 군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해사안전법 위반이 적용되면 각 함선에 과태료가 추징될 것으로 관측한다. 호그런던 호의 경우 3900만 달러(약 470억) 규모의 상선 보험에 가입돼 결과에 따라 소송전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군 측은 “충돌 시점이 오후 2시께로 교신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명피해가 없는 데다 자력으로 귀향했으며 승선 인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해군은 충돌사고가 나면 큰 인명피해가 있을 뿐 아니라 전력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상수칙만 지키면 괜찮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충돌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