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펀드 내놓은 김해영
- 7시간 만에 1억 5000만원 ‘완판’
- 민주당 이상호도 하루만에 채워
- 최지은 정동만 등도 가세 조짐
- 정산과정 복잡해 도입 기피도

21대 총선이 임박하면서 부산 후보들도 ‘쩐(돈의 속어)의 전쟁’을 시작했다.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이 높은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부산 후보들은 선거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목돈 후원’이 자취를 감추면서 부산 후보들은 ‘선거 펀드’로 속속 눈을 돌리고 있다.

부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연제) 후보가 지지자들이 후보에게 직접 투자하는 ‘선거 펀드’를 처음 내놓아 7시간만에 완판시켰다. 김해영 후보 선거비용 모금 펀드는 1억5000만 원을 목표로 지난 19일 오전 9시에 출시돼 당일 오후 4시께 마감됐다. 김해영 캠프는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비용 보전일(6월 14일) 다음 날 원금과 연리 3.5% 이자를 더해 펀드 참여자에게 상환할 예정이다. 민주당 이상호(사하을) 후보도 지난 23일 ‘이상호 펀드’를 출시해 하루 만에 모금액 1억2000여만 원을 채웠다. 이상호 후보는 24일 “정치 신인은 홍보나 재정적인 면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후원금으로 충당 못하는 부분을 펀드를 통해 충당하고 그 과정에서 홍보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지은(북강서을) 후보 측도 이날 “조만간 최지은 펀드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정동만(기장) 후보도 펀드 모집을 고려중이다.

후보들은 선거 펀드가 유권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지 후보에게 응원의 뜻을 표하면서도 후원과 달리 펀드는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단기 투자 치고는 웬만한 적금이자보다 높아 재테크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후보 입장에선 펀드 개설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인력과 수고가 들어가고, 이후 정산과정이 번거로워 꺼리는 후보들도 많다. 미래통합당의 한 후보는 “손쉽게 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이점인데 1억~2억 원 정도 모금이 목표라면 품이 너무 많이 든다”면서 “나중에 투자금 돌려줄 때도 일일이 이율 계산해서 연락처 확인하고 돌려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고 말했다. 통합당 박수영(남갑) 후보도 “후원금이 모자라면 펀드 개설도 검토했는데 공직생활을 오래 했고, 또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온 인맥으로 순조롭게 후원금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승희(중영도) 후보는 “펀드 개설은 부작용도 있다고 해서 일단은 후원회 홍보 카드를 만들어 SNS나 문자 등을 통해 지인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작품으로 후원하는 사례도 있다. 정의당 현정길(남갑) 후보 선대위에서는 “엄경근 정봉진 작가 등 예술가로부터 재능기부 형태로 작품을 기증받고 이를 경매에 부쳐 선거재정에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후원회장을 내세워 후광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최지은 후보는 후원회 계좌에 ‘후원회장 김두관’ 이름을 넣어 보다 안정감을 주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후원회장을 맞은 민주당 유영민(해운대갑) 후보는 ‘김동연 효과’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