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박근혜 대통령 학습효과
- 안철수 부산 출마설 꾸준히 나와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거물 정치인들이 고향에서 출사표를 던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향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 대권에 도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28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 대구 동을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대구는 자유한국당 지지가 가장 강한 곳으로 개혁 보수인 새로운보수당에는 험지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겠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대구를 ‘험지’로 표현했으나, 그는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대구 동을에서만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정치적 고향을 토대로 대권을 향한 입지를 크게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당 부산 울산 경남(PK)지역 잠룡인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홍준표 전 당 대표도 지역구로 고향을 택했다. 경남 거창이 고향인 김 전 지사는 지난 17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004년 거창군수를 끝으로 고향을 떠난 뒤 김해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 전 지사는 고향에서 3선 고지에 올라 대권을 준비한다는 각오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전 대표 역시 당내 험지 출마론을 일축하고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 15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홍 전 대표는 줄곧 서울(송파갑·동대문을)에서만 출마했으나, 스스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는 작업’이라고 밝힌 이번 총선에서는 고향을 지역구로 택했다.

여기에다 여권 내 PK 잠룡으로 꼽히는 김두관(김포갑) 의원의 경우 당내에서 ‘PK 역할론’이 불거지면서 고향으로 유턴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고향인 부산 출마설이 꾸준히 나온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재보궐 선거에서 고향인 대구 달성에서 당선된 이후 한 차례도 지역구를 옮기지 않았다. 그는 고향에서 다진 정치적 입지를 바탕으로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문 대통령 역시 19대 총선 부산 사상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인’으로 정식 데뷔한 뒤 대통령에 올랐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