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상황·北 도발 대응 고심
- 개각 등 국정운영도 구상

- “직원 휴가는 영향 없게” 지시
- 오늘 수보회의 개최 안해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사진) 대통령이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 풀어야 할 국내외 현안이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다.

유송화 춘추관장은 28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문 대통령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한다”고 공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함에 따라 29일 정례 수석·보좌관 회의는 열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29일부터 닷새간 계획했던 여름휴가를 이례적으로 취소한 것은 국내외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현시점에서 청와대를 비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무단으로 진입한 데 이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안보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점이 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여름 휴가를 떠났다가 30일 복귀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다음 달 초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수출 심사 우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추가적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휴가를 떠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판단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휴가 중이어도 현안을 보고받고 결정하는 체계는 유지되지만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대응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한 주간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으면서 이들 현안에 관해 보고를 받으면서 대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초·중순으로 예상되는 개각 등 국정운영 구상에도 전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으로 교체 대상 부처의 후임 장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9월 정기국회 전에는 개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예정된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해당 보고를 수시로 받았다. 이 기간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6년 7월 청남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집중호우로 피해가 커지자 하루 만에 귀경해 수해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모두 5일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도 한일 관계를 고려해 다음 달 8일부터 14일까지 예정했던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정상 근무하기로 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